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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일이 두배" 육아·가사노동에 피로 호소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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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51일째…여성들 늘어난 육아·가사 노동에 고충 토로
직장인 3명 중 1명 "재택 근무 중이거나 고려 중"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23일로 개학 연기
전문가 "여성의 돌봄 노동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지난 5일 오후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긴급보육을 마친 어린이와 학부모가 하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긴급보육을 마친 어린이와 학부모가 하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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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하루종일 남편·아들 밥 챙겨주고 집안일 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주부 A 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가족들이 모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대학생 아들은 개강이 미뤄졌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다들 집에 붙어있다. 집안일이라는 게 원래 집에 사람이 있으면 끝없이 생기는 것 아닌가"라면서 "다들 나가 있을 때는 점심쯤 혼자 휴식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계속 일만 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국내서 확산하면서 대규모 감염 사태가 51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여성들은 늘어난 가사 노동 및 육아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 연기 조치에 따라 공교육과 분담했던 육아를 고스란히 가정에서 떠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택근무에 돌입한 일부 직장인 여성들 또한 가사와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어 하루 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소연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9일) 오전12시부터 이날 오전 12시까지 확진 환자 131명이 추가 발생했다. 이로써 총 확진자 수는 7513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이 감염 예방 차원에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외출 자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당부함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직장인 2,4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직자 29% "일부 혹은 전체 임직원들이 재택근무 중이거나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도 개학을 1주일 연기했으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2주를 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교육 분야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최근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외부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 학생의 감염을 방지하고 가정과 지역사회 전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출근길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출근길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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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늘어난 육아 및 가사 노동 시간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평소보다 집안일을 더 하게 된다", "재택근무하면서 남편 밥 세 끼 차려주려니 스트레스다", "엄마는 무슨 가정부냐", "집안일 폭탄 맞았다" 등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게시됐다.


직장인 B 씨는 최근 지역 맘카페에 올린 글에서 "업무와 가사 일을 동시에 병행하려니 너무 스트레스받는다"면서 "차라리 출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택근무여도 회사랑 똑같이 8시간 근무하느라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나"라면서 "그 와중에 남편 밥 차려다 바치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하려니 '이게 뭐 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외신도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아시아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8일 재택근무와 함께 가사노동·자녀돌봄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어린이집과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특히 일하는 여성의 육아 고충이 커지고 있다. 성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성별분업에 기초한 가사 수행을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할 문제로 환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한 '가사노동시간 측정 및 행동평가 기준의 젠더불평등성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서 "객관적인 불평등 실태에도 불구하고 본인 가족 안에서 가사 분담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공평하다는 인식은 주관적일 수 있으나, 가사노동의 성불평등한 수행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성별 분업 관점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사 노동의 젠더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가족 차원에서는 가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가사노동에 대해 개별 구성원들의 주체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가족 내 역할 수행에 관한 가족간 협상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와 평가를 제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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