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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누구나 있고, 불가능은 어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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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영화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부산국제영화제서 박찬욱 감독과 오픈토크
"정치는 나와 상대방의 관계…모든 것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어"
"경험과 감수성, 한계, 이미지 전달 등 끊임없이 반성하고 살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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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정치영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독재정치에 대해 비판한 '제트'(1969)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정치성 짙은 '계엄령'(1973), '특별구역'(1975), '의문의 실종'(1982)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지성의 벽으로 음모와 불순을 가려낸다. 살아 있는 정권까지 도마에 올려 현실 각성을 제공한다.


스크린 밖에서도 가브라스 감독의 화법은 단호하고 직설적이다. 그가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오픈토크'에 참석해 박찬욱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가브라스 감독은 정치라는 말이 "4~5년마다 투표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와 상대방의 관계"라며 "젊고 가난한 사람에게도 권력이 있는데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인보다 은행과 돈, 실질적 권력자로 인해 경제가 돌아간다"며 "결국 모든 것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 '어른의 부재' 스틸 컷

영화 '어른의 부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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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치철학은 올해 발표한 신작 '어른의 부재'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스 금융사태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야니스 바라우파키스의 회고록 '어덜츠 인 더 룸'을 각색한 영화다. 가브라스 감독은 어른의 부재에서 그리스 정부와 유럽연합(EU)의 정면 대결 그리고 그 배후를 리드미컬하고 다채롭게 극화한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토론을 비추며 그리스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박 감독은 "20대 감독의 영화가 아닐까 싶을 만큼 힘이 넘치고 비판정신이 날카로웠다"며 "흔히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다 이해하고 용서한다고들 하는데 (가브라스 감독은) 아직 용서가 없구나 싶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가 "늘 변화무쌍하다"며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천천히 살펴보면 감독 한 명이 만든 게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끝없이 도전하고 실험하는 선배 감독을 통해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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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라스 감독이 86세 고령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힘은 성찰이다. 그는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리가 열광하는 감독들과 영화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뤄 그 영향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경험과 감수성, 한계는 물론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까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작품들이 지닌 대중성 또한 자각에 기인한다. 특유의 감성을 발전시키고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해 정치영화는 어렵다는 편견이 깨졌다. 그래서 그리스ㆍ칠레ㆍ우루과이 등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박 감독은 가브라스 감독이 2005년 발표한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를 영어 버전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제 필생의 프로젝트"라며 "가브라스 감독 부부가 프로듀서"라고 소개했다. "아직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꼭 만들 것이고 제 대표작으로 삼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스틸 컷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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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는 실직한 가장이 취업하기 위해 위험한 계획을 꾸민다는 내용의 블랙코미디다. 강력한 전개와 정직한 인물 묘사로 잔혹한 취업전쟁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가브라스 감독은 "어렸을 때 집안이 부유하지 않아 모든 게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면서도 "그리스에서 프랑스로 이주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걸 이룰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젊은이들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부산=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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