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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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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물었다.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 누가 낫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자장이 낫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식물 국회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일일이 셈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처리 법안이 쌓여가고 민생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을 극복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40일째 표류하고 있다. 국회가 지난 4월과 5월 발의한 법안만 1000여건. 소관 상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법안이 쌓이고, 20대 국회 3년 동안 국회 어딘가를 배회하는 법안만 1만건을 넘어섰다.

원인은 역시 정쟁이다. 이른바 선거법ㆍ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갈등이 발목을 잡았고, 일부 여야 의원들이 폭로전을 일삼으며 국회 일정을 파국으로 이끌었다. 그 와중에 야당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을 돌았다. 2020년 4월15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가 만든 풍경이다.


장외로 나섰던 이들이 다행히 본업을 위해 일터로 돌아왔다. 조금은 달라졌을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사건에 이어 '양정철-서훈 회동'으로 새로운 전선이 생겼다. 민생 법안과 추경은 다시 뒤로 밀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ㆍ나경원 한국당ㆍ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국회를 다시 여는 합의문을 논의했지만 최종 담판에 또 실패했다.


현재로선 무수히 대기하고 있는 법안은 물론 추경안에 대한 쟁점이 심사 단계를 넘어 언제쯤 정리될지 예측불가다. 산불ㆍ지진 피해 복구 예산을 포함해 조선업 불황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 밀집 지역에 투입될 예산, 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하는 미세먼지 대책 예산, 5G 이동통신 등 신산업 지원 예산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정쟁도 정치의 일부라지만 그 과도함의 피해는 3년 전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합목적성에 따라 일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국민은 합의, 협의 그리고 결론이 없는 정쟁의 공허함에 이미 피로감을 느낀 지 오래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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