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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택시기사 사망’…매 맞는 택시 기사, 해결 방법 없나

최종수정 2019.02.18 15:39 기사입력 2019.02.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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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택시기사의 운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욕설을 하고 차비로 동전을 던져 급성 스트레스로 택시 기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른바 ‘매 맞는 택시 기사’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차비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우월적 심리감이 작용해 폭언·폭행 등 갑질이 일어나고 일부는 택시 기사를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도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8일 오전3시께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택시 기사와 승객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승객 A(30)씨는 기사 B(70)씨에게 “손님에게 말투가 그게 뭐냐” “그냥 가” “세워” 등의 반말과 폭언을 했다.


그러다 A 씨는 택시에서 내려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에서 동전 여러 개를 꺼내와 택시 운전석에 있던 B 씨에게 던졌다.


차비로 동전을 맞은 B 씨는 택시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하고 A 씨와 실랑이를 하다 바닥에 갑자기 쓰러졌다. 출동한 경찰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인천남동경찰서는 A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했지만, 폭행치사가 아닌 폭행 혐의만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유족은 즉각 반발했다. 자신을 B 씨 며느리라고 밝힌 사람은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급성심근경색의 흔한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다. 아버님의 가슴 깊은 곳 멍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며 “왜 B 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17일 기준으로 동의한 사람은 1만2000명을 넘어섰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동전을 던진 행위가 B 씨의 사인과 직접 연관성이 없다”면서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는 폭행치사 혐의 적용의 경우 분명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 측이 주장하고 있는 죄목들이 적용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입증이 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봐서는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동전을 던진 행위와 이 동전을 던진 행위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할 뿐만 아니라 동전을 던지면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예견 가능성도 있어야 하는데 일반인의 측면에서 보면 특별히 지병을 앓고 있거나 이런 것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 매 맞는 택시 기사 늘어…전문가 “일종의 약자에 대한 화풀이”


B 씨 사례처럼 이른바 ‘매 맞는 택시 기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한 사거리를 지나는 택시 안에서 20대 남성 승객이 60대 기사를 폭행했다. 자신의 흡연을 제지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같은 달 8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는 40대 남성 승객이 60대 택시기사의 머리 등을 손으로 폭행한 뒤 택시를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70대 택시기사는 70대 승객에게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을 당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운전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2013년 3303건, 2014년 3246건, 2015년 3149건, 2016년 3004건, 2017년 2720건으로 5년간 신고된 것만 해도 1만5422건이나 조사됐다. 하루 평균 8건 이상 폭행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한 택시에 설치된 보호격벽.사진=연합뉴스

한 택시에 설치된 보호격벽.사진=연합뉴스



운전자 폭행은 버스보다 택시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버스의 경우 2006년 안전격벽 설치가 의무화돼 폭행 사건이 크게 줄었지만, 택시의 안전격벽 의무화는 현재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택시업계 관계자는 “승객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택시 기사들이 안전격벽을 불편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나라들은 안전격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부 대도시에서도 택시 안전격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고, 호주 역시 차량 내 폐쇄회로(CC)TV 설치와 운전자를 보호하는 격벽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는 택시 기사에 대해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일종의 화풀이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8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택시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는 행위에 대해 심리적으로 우월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서 “(폭언과 폭행은) 일종의 화풀이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소 스트레스를 받아 화풀이 대상을 찾아야 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할 수 없고, (을 위치에 해당할 수 있는) 택시 기사 등 만만한 사람을 찾아 화를 푼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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