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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청년은 진보" 외치지만…현실 앞에선 권익과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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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상과 현실에서 흔들리는 청춘들

30%가 "정치성향 진보" 답했지만
의식과 행동은 다르게 보여
평등한 복지 추구에도 큰 정부 반대
영세상인 등 약자보다 소비자 권익
결혼후 아이 생긴 젊은 변호사
대학 때부터 꿈꾸던 노동자 변론
5년도 못버티고 대형 로펌행

투표 인증샷 포스트잇 추모는
청춘들의 새로운 정치행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청년은 진보이고 진보는 청년이다. 투표가 말해준다. 20, 30대 투표율에 따라 진보 정당의 희비가 갈린다. 이것은 정치권의 오랜 공식이다. 본지 조사에서도 청년의 30% 이상이 자신의 정치성향을 진보라고 규정했다.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은 13.9%에 그쳤다.
그런데 의식과 행동은 별개다. 평등하고 보편적 복지를 원하면서도 국가의 개입, 큰 정부에는 반대한다. 영세상인 등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과 소비자 권익 사이에선 소비자 편을 든다. 극단적 보수성향을 갖는 청년이 많아진 것도 특이한 점이다.

사회성 짙은 다수의 소설을 쓴 손아람 작가는 "투표행위로 '나는 진보'라고 스스로 규정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실 많은 청년들이 보수정당이 할 법한 이야기를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청년들이 말하는 '보수ㆍ진보'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문화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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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도전과 안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대형 로펌에 다니는 김모(38)씨는 대학 시절 누구보다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에도 신념을 지키겠노라며 노동자 편에 서서 해고나 복직 등을 변론했다. 하지만 그는 5년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대형 로펌행을 택했다. 이젠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기업 편에서 변호를 하고 있다. 그는 재판장에서 변론을 할 때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죄책감도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장에 꽂히는 돈을 보면 신념만 내세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돈을 바짝 벌고 다시 돌아갈 생각"이라면서도 "최근에 둘째가 태어났다"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박사는 청년세대가 흔히 겪는 이런 '딜레마'를 사회경제적 혼란상의 반영이라고 봤다. 그는 "일견 적대적 공존 같은 현상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본지 조사에서도 청년들은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36.8%)며 자조적 반응을 보였다. 사회에 계층이 존재한다고 보는 비율은 92.2%로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51.1%는 아무리 노력해도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구조를 벗어나려기보다는 정착된 구조 속에서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선택을 하는 셈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가치관과 현실을 분리해 나름의 합리적 방법을 찾아 진화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과거엔 자신의 가치관이 모든 면에서 일관성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일종의 강박감을 갖지 않고 합리화를 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현명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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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문화로…불가피한 선택과 소극적 행동 사이=정치와 현실의 분리는 정치행동의 '탈 정치화'로도 이어진다. 최근 청년세대가 보여준 다양한 정치행위가 문화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실제 삶이 정치와 닮아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벗어던진 청년들은 가치관과 신념을 드러낼 정치행위의 수단으로 문화를 선택했다.

투표 인증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행위나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사건, 구의역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등에 등장한 '포스트잇' 추모행동은 청년세대 정치행동의 한 단면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면서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축제 한마당을 펼치는 식이다.

문화이론전문지인 '문화과학'의 정원옥 편집위원은 "성장제일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된 청년세대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봤다. 그는 "최소한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한 방식일 수 있으며 실천과 연대로 최대한 확장될 수도 있다"며 이를 '새로운 정치행위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오 박사는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자신의 무력감에 대한 자조적 표현"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런 행위 말고는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20대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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