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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반도체 클러스터' 뜸들기 전에 밥상 엎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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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후보지에 용인 거론되자
이천, 구미 등 반발…120조 사업 표류 예고
업계선 "우수인력 채용 수도권 유리"

수도권 규제·균형발전 등 풀어야할 숙제
정부, 초격차 지원 해법 찾기 골머리
황금알 '반도체 클러스터' 뜸들기 전에 밥상 엎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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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안하늘 기자] 120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산업이 자칫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인 SK하이닉스를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과열 경쟁이 최종 결정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칫 클러스터 부지 결정에 경제적인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가 더 힘을 얻을 경우 원치 않는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돼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할 정부도 특정 대기업 특혜 시비와 함께 수도권 규제, 국가균형 발전 등의 논란으로 인해 묘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 계획도 나오기 전에 '지자체간 과열 경쟁' =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업무 보고에서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을 통해 오는 2028년까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 '대ㆍ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산업단지엔 반도체 팹(Fabㆍ반도체 생산설비) 4개와 50여개 중소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 등이 마련된다. 올해 상반기 중 입지를 선정하고, 단지 기초 공사 등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 키는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조성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완공될 5만3000㎡(약 1만6000평) 규모의 경기 이천 M16 공장이 현재 보유한 부지에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공장이어서 추가 부지 확보가 시급하다.

문제는 뜻밖의 곳에서 터졌다. 120조원 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본격 추진되기도 전에 유력 후보지로 용인시가 거론되면서 이상 기류가 형성됐다.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경기 이천, 충북 청주와 경북 구미시까지 즉각 반발하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같은 지자체 간의 과열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서 클러스터에 입주할 기업체와 협력사들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가 '상반기 중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인데, 유치전이 과열돼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부지.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부지.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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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격차 위한 현명한 선택이 우선 = 업계에서는 정부가 희망하는 반도체 경쟁력 초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수도권 유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가 타 제조업과 달리 인력 중심의 산업이라는 점에서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수도권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라도 수도권에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설명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신입 사원이 청주 사업장을 가지 않으려 해 고민이 많다"며 "평택, 용인 정도가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수도권 규제다.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경기도가 2020년까지 배정 받은 산업체 물량의 입주 계획은 확정돼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대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준비위원회에서 산업부 장관의 특별 요청에 따라 용지 특별 물량을 받는 수밖에 없다.

지자체간 과열 경쟁도 넘어서야 할 난제다. 청주, 구미 등의 비수도권 지자체에서는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난처한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다 산업단지 입지는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여서 신중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돼야 뒤탈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수도권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기 위해서는 지자체 및 중소 협력업체를 달랠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발전보단 국가발전이 우선 =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LCD공장 투자 때와 같은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03년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 LCD는 파주에 100억달러 규모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도 수도권 규제에 발이 묶였다. 이에 정부는 투자 유치 우선 원칙을 내세우며 수도권인 파주에 공장 설립을 결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지금 중국의 기술 추격에 고민이 큰 상황인데, 대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오히려 기술 격차를 줄이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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