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靑 떠날 것…의전비서관 내 자리 아냐”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16일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관심에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사의 표명)에 옮겼으며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새벽 1시경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일각에서 그가 사표를 낸 의도가 ‘의전비서관 승진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 데 대해 그는 “걱정과 우려가 많은데, 안 그래도 된다. 내 자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탁 행정관은 “기획자이며 연출가가 어떤 일을 그만 둘 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그 일이 끝났거나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거나 그리고 입금이 안 됐거나(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닥 났다.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는 다 했다”라며 “(청와대에)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고, 나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며 떠나려는 의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탁 행정관의 기획력이 문재인정부 집권 초기 상당히 인정받았던 만큼 그가 더 남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탁 행정관은 “지난 20개월 동안 혼자 일하지 않았다”며 “무언가 성취가 있었다면 그것은 절대 혼자 한 것이 아니며, 이는 겸손이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행사라는 것이 그저 찻잔 하나 놓는 일이라 해도 많은 고민과 협의·협업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누구 한 명 빠졌다고 일이 안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누구도 언제든 대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탁 행정관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 대한 부담감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거취가) 왜 이렇게 화제가 됐나 생각해 봤는데, 먼저 언론에서 화제로 만들었고 화제가 되고 나니 그냥 지나가도 화제, 얼굴만 비춰도 화제 심지어는 얼굴이 안보여도 화제가 됐다”며 “‘너는 왜 화제가 됐느냐’고 묻지 말아 달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탁 행정관은 메일 서두에서 “나라에 중요한 일이 많은데, 내 이야기는 이 정도로 끝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