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전세계 투자자들 원화절상에 베팅"
美환율조작국 지정여부 결정까지 韓정부 원화절상 용인
올해 달러대비 원화가치 약 12% 상승…더 오를 것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한국의 원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한국 정부가 원화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현지시간) 세계가 원화절상에 베팅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원화와 관련 '롱 포지션(매수)'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약 12% 상승했다. 이는 10년래 가장 크게 절상된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절상된 화폐중 하나다. 특히 WSJ은 달러에 대해 원화가 2년여새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NZ뱅킹그룹 집계에 따르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10월 33억달러 규모의 한국 주식과 채권을 순매입했다. 직전 두 달 동안의 순매도에서 반전된 것이다.
경제가 개선되고 있고, 최근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가 중 최초로 금리인상을 했으며, 원화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이 순매입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투자자들이 한국 중앙은행이 섣불리 원화 약세를 유도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
뉴버그 버먼의 프라산트 싱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성장 호조와 금리 인상 기대감, 그리고 달러 약세가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소"라면서도 "핵심은 한국은행이 원화 개입을 주저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싱은 "한국은행이 이전처럼 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것이 원화 강세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한국 당국이 원화강세가 한국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거슬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은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원화를 사고팔면서 점진적인 원화강세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WSJ은 한국이 2016년 이래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감시대상에 올라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감시대상국은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이다.
WSJ은 한국이 환율 문제에서 대만의 사례를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재무부가 지난 10월 '환시장 개입 자제'를 이유로 대만을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한 점을 언급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가 "감시대상에 올라간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을 예로 들면서 외환 당국의 이같은 발언은 투자자들을 추가 원화 강세에 베팅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UBS 자산운용의 호르헤 마리스칼 신흥시장 투자책임자는 "이런 언급은 시장에게 한국은행이 지금의 원화 추세를 강하게 견제하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원화를 매입해온 마리스칼은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가 향후 12개월 2% 더 뛸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는 것 또한 한국의 신중한 환시장 개입과 연계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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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환시장에 대한 구두 견제는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시장 요동을 가라앉히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은행은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것. 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최근 원화 강세를 '구두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달리 내수와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에 덜 민감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크레디스위스그룹의 루시츠 샤르마 아태 환거래 책임자는 "한국 당국이 환시장 개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헤지펀드들이 원화 강세에 베팅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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