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LG그룹이 오너 4세인 구광모 상무의 전무 승진 대신 LG전자 사업부장을 맡기며 사업책임자로서의 경험 쌓기에 나섰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고속 승진을 보장하는 대신 충분한 준비와 경영 역량을 쌓는데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성과가 있는 곳에는 승진도 있었다. ㈜LG 대표를 맡고 있는 하현회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역대 최대 성과를 거둔 LG전자의 경우 사상 최대 규모 승진으로 화답했다. 스마트폰 사업 수장을 조준호 사장에서 황정환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는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에서 CTO를 맡았던 박일평 사장을 내정했다. 외부 영입인사를 영입 1년만에 사장으로 승진시켜 주요 보직에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오너 4세 구광모 상무, LG전자 차세대 사업 맡아= 30일 단행된 ㈜LG와 LG전자 인사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오너 4세인 구광모 상무가 전무 승진대신 현업에서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는 점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상무는 승진 없이 B2B사업본부 ID사업부장을 맡게 됐다"면서 "오너가이지만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훈련을 거치는 LG그룹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구 상무는 입사 후 LG전자 창원 사업장에서도 근무한 바 있다. 제조 및 판매현장을 두루 거쳤다. 최근에는 ㈜LG의 시너지팀에서 일했다.
구 상무가 맡게 되는 ID 사업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디스플레이·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B2B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다. 전자/디스플레이/ ICT 등 주요 사업 부문과의 협업도 이끌어내게 된다. 구 상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기술인 마이크로 LED 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주도할 계획이다.
◆올레드TV 세계 최초 출시 주역, 하현회 사장 부회장 승진= ㈜LG 대표를 맡고 있는 하현회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 부회장은 지난 1985년 LG금속으로 입사한 뒤 2012년부터 2년간 ㈜LG 시너지팀장을 맡았다.
지난 2014년에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맡아 울트라 올레드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올레드TV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하 부회장은 제품을 출시하며 차세대TV 시장을 선도해 사업기반을 구축했다"면서 "시너지 팀장을 맡으며 모바일, 디스플레이, 에너지, 자동차부품 등 그룹 주력 사업과 차세대 성장 사업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세대교체 나선 LG전자, CTO·MC사업본부장 교체= LG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조성진 부회장을 필두로 한 세대교체에 나섰다. 사장 3명, 부사장 8명, 전무 16명, 상무 40명 등 총 67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하며 성과주의 원칙도 강조했다.
신임 CTO를 맡은 박일평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사장은 지난 2001년 파나소닉의 연구소장, 2006년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2012년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의 CTO를 역임했다.
LG전자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부사장으로 영입돼 소프트웨어 센터장을 맡았다. 박 사장은 영입 1년만에 파격적인 사장 승진과 함께 CTO와 소프트웨어센터장을 겸임한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장은 종전 MC단말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황정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됐다. 황 부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전사 차원에서 융복합 추진이 필요한 분야를 통합한 융복합사업개발센터장도 겸임하게 됐다.
사장에서 부사장급으로 MC사업본부의 위상은 다소 떨어졌지만 4차산업이라는 새 먹거리를 더한 만큼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LG전자의 4차산업 발굴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외부 영입인사에게도 승진의 문호를 활짝 열고 능력에 걸맞는 지위와 역할을 줬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B2B사업본부 신설, 기존 4개서 5개로 사업본부 확대= LG전자는 B2B 사업을 강화하고, 유관 조직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B2B부문, ID사업부, 에너지사업센터 등을 통합해 B2B사업본부를 신설한다.
B2B사업본부장은 ID사업부장을 맡았던 권순황 사장이 맡는다. 사업본부는 기존 4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LG전자는 "시장선도를 지속하고 조직간 시너지를 높이는 가운데 B2B 및 융복합사업을 강화하는 등 미래 준비를 가속하기 위한 조직체계를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노베이션사업센터는 뉴비즈니스센터로 개편되면서 융복합사업개발센터와 함께 미래 사업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전자는 "CTO부문 컨버전스센터 산하에 카메라선행연구소를 신설해 스마트폰 및 자동차 부품의 카메라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글로벌마케팅부문 산하에 있던 지역대표와 해외판매법인을 CEO 직속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중국법인의 경우 한국영업의 성공 DNA를 접목시키기 위해 한국영업본부 산하로 이관하며, 5개의 지역 권역으로 구분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첫 여성 전무 배출, 상무→부사장 2계단 발탁 승진도= 첫 여성 전무가 배출됐다. LG전자는 H&A스마트솔루션사업담당 류혜정 상무를 전무로, 노숙희 미국법인 HA신사업PM(프로덕트 매니저)과 최희원 CTO부문 SW개발 태스크리더를 각각 상무로 선임했다.
생산기술원장비그룹장과 공정장비 담당을 겸임하게 된 정수화 부사장은 핵심 장비 내재화 및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제고했다는 평가다. 정 부사장은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두계단 발탁 승진됐다.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을 맡은 류재철 부사장은 트윈워시, 스타일러, 코드제로 A9 등 시장선도 제품의 판매 확대를 통한 사업성과를 인정받았다.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세대교체 속 안정, 안승권·조준호 사장 그룹 주요 보직으로 이동= 이번 인사를 통해 각각 CTO와 MC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난 안승권 사장과 조준호 사장은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세대교체 속에서도 안정을 기했다는 평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태국 호텔에서 체포된 한국인 의사…한번에 2만원 ...
안승권 사장은 LG마곡사이언스파크센터장으로 이동했다. 안 사장은 LG그룹 기술협의회 의장도 겸임한다. 조준호 사장은 LG인화원장으로 선임됐다.
LG그룹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터득한 현장경험을 우수 인재양성 교육 등에 접목해 그룹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