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굴욕]①환갑 앞둔 바비, '아이언맨'에게 팔려갈까?
경영위기 놓인 마텔사에 해즈브로, 인수제안
장난감 업계 전반적 위기 타개 방안은 여전히 안개속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1959년생으로 만58세 돼지띠 출신의 '바비(Barbie)'인형이 일생일대의 굴욕을 받았다. 최근 경영난에 휩싸인 바비인형의 제조사 마텔(Mattel)이 최대 라이벌 기업인 해즈브로(Hasbro)에게 인수 제안을 받은 것. 한때 소녀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 최고의 완구였지만 스마트폰과 온라인게임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해즈브로 역시 전반적인 장난감업계의 불황을 뚫고나갈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어 설사 인수합병이 이뤄진다해도 얼마나 시너지효과가 발생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해즈브로가 장난감 업계 최대 라이벌업체인 마텔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경영위기에 봉착해 주가가 연초대비 47% 하락하고 시가총액도 반토막 난 마텔은 라이벌 기업인 해즈브로에 인수 제안까지 받으면서 세계 최대 완구업체라는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 인수 제안은 최근 대형 장난감 유통체인인 토이저러스가 온라인 쇼핑에 밀려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있다. 유통업체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제조사로 옮겨붙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 토이저러스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해즈브로, 마텔 등 완구 제조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었다. 토이저러스의 붕괴로 유통채널의 한쪽 날개를 잃은 제조사들은 가뜩이나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게임시장과의 싸움에서도 밀리는 판에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사실 완구업체들의 부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 1위 완구업체인 레고(LEGO) 역시 지난 9월, 대규모 사업개편안과 함께 1400명의 임직원을 감원하는 대규모 감축안을 내놨다. 레고사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 하락했으며 이는 최근 10년간 최악의 감소세로 평가됐다.
레고, 해즈브로와 함께 세계 완구시장을 요리했던 마텔은 현재 레고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 지난달 말 발표된 마텔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감소했고 주요 매출 공신인 '바비'브랜드 역시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6% 하락했다. 전체 3분기 순손실은 6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마텔은 적자전환됐고 분기별 배당까지 중단됐다. 실적 부진 탓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마텔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낮췄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마텔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해즈브로는 조금 사정이 나은 상황이다. 해즈브로는 지난해 디즈니와 마텔의 파트너십을 무너뜨리고 디즈니 공주인형 제조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해즈브로는 디즈니 외에도 트랜스포머, 마블, 너프, 스타워즈, 마이리틀포니 등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제조권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완구시장 불황 속에서도 주가는 18%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마텔의 2배를 넘어섰다. 해즈브로는 마텔을 인수해 제품군을 보다 확대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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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해즈브로 역시 장난감 업체 전반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를 완벽하게 걷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즈브로의 마텔 인수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해즈브로 역시 밝은 미래를 완벽히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즈브로는 4분기 매출전망치를 시장전망치보다 낮게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8% 이상 폭락했다.
완구업체들은 아이들의 지나친 스마트기기로의 관심을 옮기고자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완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효과적으로 내려놓게 할 방안이 여전히 없는 상황이고, 점차 파편화되고 있는 완구 시장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맞추기엔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바비인형이 무사히 환갑을 맞을 수 있을지 완구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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