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대해부]해외에서 보는 한국 기업…"지배구조 바꾸면 주가 30%↑"
[아시아경제 기획취재팀=박철응ㆍ임혜선ㆍ박나영ㆍ권성회 기자]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중국 국부펀드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투자사 관계자들이 줄지어 자신에게 개인 면담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한국과 대만이 똑같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우리가 대만보다 최소 30%는 저평가돼 있으며 그 핵심이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보더라."
뒤집어보면 지배구조를 원활히 개선할 경우 지금보다 주가지수가 30%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증권사들이 지난 대선을 전후로 코스피 3000 혹은 4000까지 전망한 것도 이런 전제를 깔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ㆍ주가/주당순이익)은 9.4배로 미국 18.1배, 일본 14.3배, 대만 13.8배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 많지만 그에 걸맞는 주주 환원은 미흡하다고 보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배당에 인색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3%로 미국 53.8%, 일본, 35.2%, 대만 62.5%에 비해 턱없이 낮다.
지배구조 수준이 낮다보니 그만큼 주주환원도 미흡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업문화가 후진적이라는 지적을 한다.
네덜란드계 연금운용기관인 APG에셋매니지먼트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지배구조 담당인 박유경 이사는 과거 '외국 연금투자기관이 본 한국 기업지배구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스스로 이해관계에 빠져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역할을 못하는데도 이사회의 승인 사항이 많고 권한은 너무 크다고 봤다. 또 주주들이 주총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결국 자본주의 원리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우선 이사회 구성부터 취약한 면모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S&P 500에 포함된 회사의 평균 이사회 규모가 10.8명이며 사외이사 비중은 84%에 이른다. 한국의 100대 기업은 법적 기준치만 충족하는 과반 정도에 그친다.
특히 S&P 500 회사 중 28%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G20ㆍOECD 지배구조 원칙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규정 등은 이사회 내 위원회가 경영진에 대한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독립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수의 사외이사 선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100대 기업 평균 사외이사 수는 4.2명이어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외에 추가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자산 규모가 더 작은 기업들은 사외이사가 1~2명에 그쳐 위원회를 구성할 수조차 없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S&P 500 소속 회사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비율은 53%까지 줄어들었다. 한국의 경우 일부 금융회사와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겸직하고 있다.
결국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법조계나 정부 관료 출신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방패막이'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요건을 갖췄지만 실질적인 면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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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 원장은 "사외이사 선임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대부분 경영진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있지만 위원장을 경영진이 맡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조인들이 이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사회에 배석해서 법률 자문을 해 주는 역할 정도가 적절한데, 이처럼 직접 이사회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보니 '방패막이' 이슈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박철응ㆍ임혜선ㆍ박나영ㆍ권성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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