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개헌 카드를 꺼냈다. 정략적인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으면 야당 내부의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일부는 "대통령의 옳은 결심"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개헌 구상은 불과 10시간 만에 어그러졌다. 오후 8시 JTBC는 개헌 논의에 취해 있던 정치권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할 내용을 보도했다. 최순실씨 PC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파일 200여개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당선 소감문, 청와대 비서진 인사 내용, 국무회의 자료 등이 담겨 있었다. 일반인 신분인 최씨가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쥐락펴락했다는 의혹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다. 민심은 동요했다. 충격과 분노, 실망이 어우러졌다. PC 문건 소식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개헌 이슈는 탄력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은 10월25일 오후 4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이어졌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확히 1년 전인 10월24일은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놓은 날이다. 10시간 만에 이뤄진 그 날의 반전이 없었다면 '최순실 시대'는 한동안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잠결에 꺼서 지각한 줄 알았는데…진짜 모닝알람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