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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10월24일 10시간만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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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2016년 10월24일 오전 10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그의 한마디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 구상을 밝혔다.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연단에서 내려오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당시는 국정농단 소용돌이가 정국을 강타하던 시점이었다.

[초동여담] 10월24일 10시간만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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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개헌 카드를 꺼냈다. 정략적인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으면 야당 내부의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일부는 "대통령의 옳은 결심"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게 개헌 논의의 불을 댕긴 지 열흘 아니 일주일만 흘렀어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얻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개헌 구상은 불과 10시간 만에 어그러졌다. 오후 8시 JTBC는 개헌 논의에 취해 있던 정치권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할 내용을 보도했다. 최순실씨 PC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파일 200여개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당선 소감문, 청와대 비서진 인사 내용, 국무회의 자료 등이 담겨 있었다. 일반인 신분인 최씨가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쥐락펴락했다는 의혹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다. 민심은 동요했다. 충격과 분노, 실망이 어우러졌다. PC 문건 소식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개헌 이슈는 탄력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은 10월25일 오후 4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이어졌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확히 1년 전인 10월24일은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놓은 날이다. 10시간 만에 이뤄진 그 날의 반전이 없었다면 '최순실 시대'는 한동안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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