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엉터리 통계로 "혁신고도 공부 잘해요" 외친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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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9일, 난데없이 혁신학교 고등학생들의 성적 향상 정도가 자율고보다 높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혁신학교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일반고보다 3배 많다고 지적한 것을 반박하는 모양새였다.


'서울형혁신학교의 종단적 효과 분석' 연구자료 내 통계를 기초로 작성된 이 자료는 에 따르면 혁신고 학생들이 자율고 학생들보다 전반적인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보다 정밀한 비교를 위해 가계 소득, 사교육비 등 가정 환경의 변수를 통제했다. 그 결과 혁신고 학생들은 고교입학 후 2년 간 국어와 수학 지표에서 각각 11.1점, 9.5점 상승한 반면, 자율고 학생들은 같은 지표에서 각각 10.2점, 5.3점 올랐다. 다른 과목들도 혁신고 학생들의 성적 향상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입시 성적조차 혁신고 학생들이 더욱 뛰어나다는 내용도 있었다. 연구 자료는 "혁신고 학생은 학생부 성적이 우수할수록 같은 조건의 일반고 학생보다 사회적 평판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며 "혁신고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학생 참여형 수업, 과정 중심의 평가, 학생 주도의 체험활동 등이 학생들의 역량을 높여 학교생활기록부를 풍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혁신학교가 학업성취도가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고 참신한 연구결과였다. 하지만 통계 용어와 수치로 가득한 자료에는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의 수치들이 통계의 신뢰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유의확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 유의확률이 0.05이상이면 신뢰하기 어렵다고 표현한다. 혁신고ㆍ자율고 학생 학업성취도 향상도 차이에 대한 유의확률의 국어 0.9, 영어 0.4, 수학 0.6 등 모두 0.05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통계의 표본이 된 학생 숫자도 혁신고는 80명, 자율고 483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자료를 낸 타이밍과 결론 모두 쉬이 납득할 수 없어 서울교육청의 의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이 자료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국감 전에 배포할 것을 특별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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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 교육감 재직 시절 내세운 혁신학교는 '줄세우기'식 입시경쟁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만든 학교 모델이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두루 공유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학업성취도 공방이 이어지면서 혁신학교는 혁신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입시경쟁의 틀에 매몰됐을 뿐이다. 혁신학교 학생들이 정말 공부도 잘하고 입시 결과도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궁극적인 혁신학교의 목적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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