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제 18호 태풍 탈림이 우려와 달리 완전히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에서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소멸을 앞두고 있다. 올해 북서태평양 일대 발생했던 태풍 19개 중 한반도로 넘어온 태풍은 단 1개도 없었다.
올해 한반도 일대로 넘어온 태풍도 앞서 8월, 일본을 강타했던 태풍 '노루' 외에 없다. 그나마 태풍 노루는 일본 일대까지 내려왔던 북태평양 고기압을 완전히 한반도 쪽으로 밀어내면서 올해 유래없는 대폭염을 일으키는데 한몫했다.
태풍의 발생 빈도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1960년대 태풍관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 30회에 이르던 태풍 발생은 점차 20회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태풍'이란 존재의 필요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원래 적도 부근의 강력한 열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에너지 이동수단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적도와 함께 고위도 지역인 동북아시아 일대도 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올라가면서 태풍이 굳이 생겨나서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오히려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는 10월달에 태풍이 생겨나 상륙하는 이례적인 경우도 생겼다. 지난해 10월 한반도에 접근해 동남부 해안에 피해를 입힌 태풍 '차바'가 대표적이다. 10월달에도 적도 부근 바다의 수온은 여전히 크게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10월이나 돼서야 약해지면서 '가을태풍'이 생겨날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유례없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면서 폭염이 5월부터 시작됐고, 9월 중순에 접어든 상황에도 맑은 날씨엔 높은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 더구나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한반도 일대까지 남하하는 바람에 한랭한 상층 기단과 온난한 하부 기단 간에 층이 생겨나면서 가뭄과 함께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가 기승을 부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태풍에 따른 강우량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미 올해 봄부터 가뭄피해가 심각한 지역들은 수자원 관리가 비상이다. 원래 한반도에서 8월말 강수량의 절반 정도는 태풍 영향으로 분석됐는데 올해는 장마 때도 비가 적었던데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랜기간 한반도를 강하게 뒤덮으면서 태풍과 집중호우가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끼친 탓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