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방문객/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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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두어 해 전 어느 기업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에서 2위를 차지했고, 올해 초 방영된 한 종편 드라마의 최종회에 삽입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이 시의 좋고 그렇지 않음을 가르는 기준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시는, 감히 말하건대, 좋다. 문장은 평이하나 그 깊이는 아득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뜻과 흐름은 정곡을 향해 단숨에 날아가는 화살과 같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살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유려하다. 아름답고 멋진 시다. 그런데 한마디 얹자면 시를 읽는 보람은 비단 시를 접했을 때뿐만이 아니라, 아니 그보다 살다가 문득 바로 그 시를 경험하고 실감했을 때 비로소 강렬하게 다가온다. 당신에게도 오늘 당장 누군가가, 그 "일생"이 통째로 올 수도 있다. 그것이 "실로"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가슴을 콩닥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이 시가 당신 곁에 있다면 분명 글자 하나하나를 더듬으며 탄성을 지를 것이다. "필경" 시는 당신과 당신의 그 사람을 향한 "환대"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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