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증가·갭투자로 전셋값 주춤…금리 인상도 영향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서울 아파트 임차거래 중 전세비중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세도 주춤하면서 그동안 급격한 월세화에 따른 물량부족과 전셋값 상승에 시름하던 세입자들의 고충이 다소 완화된 셈이다.
전세를 시장에서 찾기 힘들어지면서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5년 2월 96.1에서 3월 97로 1달 새 0.90% 올랐다. 이후 12월까지 매달 0.69~1.25%가량 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입주물량 증가와 갭투자(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금의 차액을 투자금으로 아파트를 사는 투자 방식) 확산 등의 영향에 지난해 초부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월간 상승률은 2016년 1월 0.34%, 6월 0.26%, 12월 0.16%, 2017년 2월 0.05%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후 상승 폭이 다시 커져 올 6월엔 전달보다 0.40%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을 이용한 갭투자의 증가와 입주 물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전세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입주한 단지의 전세와 월세 거래량 비중을 보면 많게는 전세 거래가 80%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만큼의 자본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자의 경우 전세를 선호한다. 보증금의 비율이 높아야 더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주 시점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분양자의 경우 월세 수입대신 한 번에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7~9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6883가구로 전년 동기 1763가구보다 290.4%(5120가구) 늘었다. 올 들어 오는 9월까지의 누적 입주물량을 보더라도 같은 기간 5264가구에서 1만4742가구로 180.1%(9478가구) 증가했다. 서울의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도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1~9월) 8만3133가구에서 올해 10만7645가구로 29.5% 늘었다.
함 센터장은 이후에도 전세비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월세화를 가속화했던 주요 요인은 저금리였는데 앞으론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가 오르면 집주인의 월세선호가 약해질 것이고 여기에 입주물량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비중은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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