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정으로 무역수지 흑자 줄이기 힘들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환율조정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는 힘들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금융연구센터가 1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하계 정책심포지엄에서 한치록 고려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무역수지의 환율탄력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한 교수는 "현 조건 하에서 한국이 미국의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한국 원화가 저평가 되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어 안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단 환율 조정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의 그거는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무역환경의 변화,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통해 무역이 증가하면서 환율과 경상수지 간에 인과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대를 중간재로 수출되어 제3국에 재수출된 비율(Forward linkages)과 자국의 총수출 중 외국의 부가가치 기여분(Backward linkages)으로 측정했는데, 전자와 후자 모두 1995년 13위였다가 2010년에는 각각 5위, 4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교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대로 무역이 환율과 관련 없이 국제적 분업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의 조정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라는 주장은 무리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및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같은 세계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해있는 한국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김준동 KIEP 부원장은 개회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무역비중이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관호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지 거의 10년이 지나 미국 중심의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크고 작은 새로운 충격들이 더해지고 있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특히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세계경제 성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유리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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