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개선' 원론적인 입장 밝히는데 그쳐
이익 침해 우려 소극적 태도
기아차 노조, 정규직 전환 갈등으로 비정규직 노조 배제하기도
"기업·정규직 노조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노동자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무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노동자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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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하도급 정규직 전환'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입을 닫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 공감하면서도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머물거나 소극적인 모습이다. 사내하청 직원을 같은 소속 동료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불거질 임금ㆍ복지 축소 우려로 속내가 복잡한 탓이다.

이는 사내하도급 비중이 높으면서 노조가 강성인 제조업계에서 두드러진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사내하청 직원들의 추가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대해 "차기 집행부에서 다룰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2014년 사내 하도급 특별고용 잠정합의안을 체결하고 지난해 3월 추가 전환을 논의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며 "오는 10월 차기 집행부가 선출되면 내년에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의 공을 차기 집행부로 넘긴 셈이다. 노조 집행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오히려 현장노조에서 "사측 뿐 아니라 노조 집행부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강ㆍ조선 노조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제철 노조는 '하도급 정규직 전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직원 등 소속 외 근로자를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50%에 달한다. 조선업계는 임단협 지연ㆍ구조조정 등 개별 이슈에 투쟁력을 집중하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 한 노조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관점에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요즘은 내 목숨 하나 지키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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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아차 노조가 지난 4월 사내하청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결국 비정규직 노조를 조합원에서 배제한 것은 이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차별 철폐를 외치면서 이익을 침해받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제 밥그릇을 두고 노노 간에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과도하게 보호받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처우를 바꾸지 않는 한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기업과 정규직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만 전환 비용을 다 감당하라고 하면 정규직 전환을 최소한만 하거나 신규 채용을 안하려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해법은 생산성을 넘어가는 고임금은 인상을 자제하는 등 정규직 노조의 양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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