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코스피는 크게 두 번, 1994년 9월 1000을, 2007년 10월 2000을 돌파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는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 1992년(외국인 순매수 1조5000억원)부터 1993년(4조3000억원)은 외국인에 대한 자본시장 개방과 저 주가수익비율(PER)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두 번째 신고치는 국내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혁명이라 할 수 있는 2003년(13조7000억원)부터 2004년(10조4000억원)에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새로운 주가시대를 열었다. 그때도 외국인들은 구조조정 이후 ROE 개선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서 강한 순매수 기조를 형성했다.
지금의 기업이익 증가는 글로벌 수요 회복과 이에 앞선 기업들의 구조조정 효과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경기회복 초기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이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도 1~2년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거기에 주요 국가들의 4차 산업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IT산업이 수혜를 받고있다. 글로벌 IT섹터 성장의 핵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수요 증가(PC, 사물인터넷)에 따른 물량 및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ㆍ장비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되고 있다. 시차를 두고 관련 설비투자가 회복될 것이고, 이는 국내 반도체ㆍ장비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수요가 회복하는 석유화학, 철강, 조선, 건설 업종의 순이익 비중도 2015년 이후 올해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이익 바닥이 지나가고 있는 업종이다. 이 부분이 이익 100조원 시대를 여는 배경이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이 오를까요?'이다. 필자가 신입사원 때부터 가끔 보는 일본책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에 보면, 경기회복 초입에는 소재주(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와 금융주(은행, 증권 등)가 오른다고 나와 있다. 지금과 주가 상승 업종이 상당히 일치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번 사이클이 분명 경기회복 초기라고 판단한다. 특이한 것은 이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 월등하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1등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다. 불경기나 구조조정기에는 업종 내에서 5, 6등 기업이 어려워진다. 불경기가 오래가면 4, 3등 기업까지도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그 시장은 고스란히 1등 기업의 몫이 되기 쉽다. 그래서 경기 회복 초기에는 1등 기업의 주가 상승 폭이 크고 한편으로 1등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정석이라고 한다. 치킨게임으로 구조조정이 끝난 1등 반도체회사 삼성전자의 실적개선과 주가 상승이 대표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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