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사건' 업무과중에 목숨 끊은 경찰…법원 "유족보조금 지급 정당"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른바 '염전노예사건'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다 과중한 업무량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의 가족에게 유족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경찰관의 죽음이 '공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4년 2월 경찰관 박모씨는 '염전노예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전라북도 정읍경찰서로 발령을 받아 실종·가출 업무를 담당했다.
염전노예사건은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염전을 운영하던 주인이 장애인 2명을 감금한 채 혹사시키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이 전 국민적인 공분을 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접 관련 기관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읍경찰서에서 실종·가출 업무를 맡고 있던 박씨 역시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박씨는 인구가 10만명에 이르는 정읍시에서 장애인, 자살의심자, 치매노인의 실종·가출업무를 혼자 담당하며 두 달 가까이 29건의 가출신고와 7차례 출동 수색활동을 했다.
박씨는 휴일은 물론 밤늦은 시간에도 가출·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동료에게 '전혀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돼 스트레스를 느낀다'거나 '자신을 돌아보니 한심하다. 참 못났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또 박씨는 힘든 업무 탓에 말수가 급격히 적어지고 언제 자신을 찾는 전화가 올지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아내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직장을 구만두고 싶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통을 느끼던 박씨는 결국 2014년 3월말 퇴근 후 정읍시 한 주차장에 세워진 본인 소유의 차량 운전석에서 끈으로 목을 매달아 숨졌다.
이후 박씨의 아내는 2015년 7월 공무원연금공단에 박씨가 과중한 업무 수행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목숨을 끊었다며 유족보상금을 신청했다.
이에 공단은 "박씨는 업무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보다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적 소인과 개인적 성향으로 인해 자살한 것"이라며 자살과 공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박씨의 과중한 업무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한 공무상 질병은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염전노예사건 관련 당시 언론 보도와 대통령 특별지시사항으로 박씨의 실종·가출인 업무량이 많았던 점이 인정된다"며 "박씨는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모호했고 수차례 표창을 받으며 성실하게 근무한 경찰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거나 지속적인 불면, 절망감, 불안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비록 박씨가 사망하기 전 우울증 등으로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경찰공무원 특성상 정신과 진료를 받을 경우 업무수행에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어 치료를 꺼리게 된 것"이라며 "오히려 그로 인해 우울장애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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