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순이익 100조 뚫었다…체력 되는데 '외풍'에 짓눌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사들의 배당총액도 역대 최대치인 2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이 늘고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도 개선돼 주가가 뛸 수 있는 체력은 다져졌으나,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 환경이 짓누르는 상황이다.
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510개 업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액은 103조2487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3조원까지 하락했던 순이익은 2010년에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 랠리’로 97조원을 찍으며 10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에 다시 내림세를 보여 2013년에는 68조원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긴축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원자재가격 하락 등 영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가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 업종이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에너지와 화학 업종도 마진 개선으로 높은 실적을 보인다. 올해는 순이익이 120조~1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22조7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급증하면서 코스피 순이익 100조원 돌파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 기업이 전체 코스피 상장 기업 순이익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금융 업종 기업들도 순이익 증가 폭이 컸다. 신한지주는 15.5% 증가한 2조8249억원, KB금융은 26.8% 늘어난 2조1902억원, 삼성생명은 2조1347억원으로 76.5%나 증가했다. 현대차는 7조1483억원으로 46.7%나 줄었지만, 기아차는 2조7546억원으로 4.7% 늘었다.
이익 증가 못지않게 배당액도 늘어날 전망이다. 낮은 배당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올해 지급하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액은 전체 상장사 기준으로 21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였던 2015년 20조4000억원대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1조원가량 많은 3조85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배당을 결정했고 현대차 8100억원, 신한지주 6800억원, SK텔레콤 6300억원, SK이노베이션 5900억원 등 순으로 많은 배당을 한다.
증시 전문가들이 올해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피할 것으로 전망하는 주된 이유가 이같은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날아드는 악재들이 메가톤급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여행 상품 판매 금지 조치는 본격적인 사드 보복의 신호탄으로 읽혔고, 지난 3일 한국 증시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화장품, 면세점, 여행 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중국의 소비와 관련이 큰 업종 주가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재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체제가 준비돼 있지 않아 사드 관련 중국 악재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2015년 홍콩의 ‘우산혁명’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 관광객 수가 급감한 후 홍콩경제의 성장률이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던 사례를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사드 관련 중국 제재는 수출보다 한국 내수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의회 연설에서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등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지만 유독 한국 증시는 예외였다.
그보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무역 적자 급증을 언급하면서 협정 재검토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먹구름을 드리웠다. 오는 4월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오는데 한국이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수송기계, 화학제품, 고무산업의 FTA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산업(승용차, 타이어)의 미국 내 생산기지가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바뀐 러스트벨트 지역에 위치해 있음은 우려스럽다”면서 “국지적인 품목과 산업에 대한 재협상 시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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