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언급했던 문제의 취업희망자는 여러 차례의 성적조작 끝에 결국 정규직으로 채용됐단다. 의혹이 불거질 당시 검찰은 최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리했다가 1년 반이 지난 이제서야 재수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라는 완장을 둘렀던 이 머슴의 한마디에 중진공은 체계적으로 작전에 들어갔고, 몇 안 뽑는 자리에 죽어라 용을 썼던 일반 청년 취업 희망자들은 결과적으로 들러리 노릇 한 셈이 됐다.
이렇듯 주제파악조차 안 된 종들로 인해 앓고 곪고 터지는 건 주인 자리에 있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다. 27일 최종변론기일을 앞둔 지금 상황에서 헌재 출석 문제를 두고 박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행태 또한 주제파악에서 한참 벗어난 모습이다. 박대통령은 3개월 넘게 검찰과 특검의 조사 대상에 오른 형사상 피의자로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몸통이다. 그녀가 진실을 밝힐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어떻게든 변론 종결을 늦춰 아예 선고 자체를 막겠다는 꼼수는 접고, 헌재 출석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히는 게 ‘피청구인’이라는 주제에 맞는 처신이다. 아무런 죄가 없고 떳떳하다면 헌재에 당당히 나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주인에 대한 예의이다. 성심껏 최후변론을 하는 것이 그나마 일말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고, 자신을 머슴으로 뽑아준 주인에게 예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다.
종된 자가 제대로 주제파악을 하고 있는지는 그에게 맡겨진 소임을 얼마나 제대로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로 판별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특검 기간 연장에 대한 승인권을 쥐고 있는 황교안 총리의 태도가 관심거리이다. 특검의 역할은 이번 특검 대상이 된 사건과 관련, 죄가 있는 자에게 준엄한 국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데 있다. 수사의 최종 목적은 유죄 선고에 있다, 며칠 전 어렵사리 구속 집행된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경우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야 특검의 목적이 달성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여전히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경우 지금 상태에서 특검이 종료되면 어찌 되겠는가. 막강 방패 인력을 투입할 피고인 이재용에 맞서 남은 특검 인력이 제대로 창이나 휘둘러 보겠는가.
어렵사리 국민적 합의로 특검을 발족시키고, 대통령을 탄핵심판대에 세웠건만 갈 길이 이리도 멀고 험난하다. 특검연장 문제,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의 결정 등 나라의 존망을 가를 중요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렇다. 황총리가 특검 연장을 거부하든, 헌재에서 탄핵 인용 결정이 나든, 탄핵 기각 결정이 나든, 그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최종 결재권자는 주인, 바로 국민이라는 점이다. 주인 결재 없이는 이 모든 것들이 무망하고 무망하다. 배를 띄울 수도 뒤집어 엎을 수도 있는 게 바다이고 주인이고 국민이라는 이야기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