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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주인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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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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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사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이름을 봤다. 최경환이라는 예전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다. 지금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돼 있는 이 '국민 머슴'은 지난 탄핵소추의결 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패륜’이라고 꾸짖었던 이해 못할 머슴이다. 그런데 이 머슴에게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소환장을 보낸 모양이다. '최 머슴'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30대 취업희망자를 채용하라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게 압박을 가했던 모양이다. “내가 데리고 있었던 아이니까 뽑아라.”

최씨가 언급했던 문제의 취업희망자는 여러 차례의 성적조작 끝에 결국 정규직으로 채용됐단다. 의혹이 불거질 당시 검찰은 최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리했다가 1년 반이 지난 이제서야 재수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라는 완장을 둘렀던 이 머슴의 한마디에 중진공은 체계적으로 작전에 들어갔고, 몇 안 뽑는 자리에 죽어라 용을 썼던 일반 청년 취업 희망자들은 결과적으로 들러리 노릇 한 셈이 됐다.
익숙한 풍경이다. 최순실 여사 지인이 운영하는 한 회사를 위해 현대차 회장에게 납품을 직접 부탁했다는 박대통령의 일탈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노력인데 뭐가 문제냐는 박 대통령식 궤변을 적용한다면, 이번 최 머슴의 경우는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을 위한 가상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박근혜나 최경환 등 국민 머슴들이 공사구분조차 안 되는 이런 딱한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이는 것은 못돼도 한참 못된 머슴의 모습이다.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내편만 국민이라는 비뚤어진 심성에서 입맛대로 주인을 가려서 섬기겠다는 못된 종의 모습이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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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주제파악조차 안 된 종들로 인해 앓고 곪고 터지는 건 주인 자리에 있는 국민들의 살림살이다. 27일 최종변론기일을 앞둔 지금 상황에서 헌재 출석 문제를 두고 박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행태 또한 주제파악에서 한참 벗어난 모습이다. 박대통령은 3개월 넘게 검찰과 특검의 조사 대상에 오른 형사상 피의자로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몸통이다. 그녀가 진실을 밝힐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어떻게든 변론 종결을 늦춰 아예 선고 자체를 막겠다는 꼼수는 접고, 헌재 출석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히는 게 ‘피청구인’이라는 주제에 맞는 처신이다. 아무런 죄가 없고 떳떳하다면 헌재에 당당히 나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주인에 대한 예의이다. 성심껏 최후변론을 하는 것이 그나마 일말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고, 자신을 머슴으로 뽑아준 주인에게 예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다.

종된 자가 제대로 주제파악을 하고 있는지는 그에게 맡겨진 소임을 얼마나 제대로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로 판별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특검 기간 연장에 대한 승인권을 쥐고 있는 황교안 총리의 태도가 관심거리이다. 특검의 역할은 이번 특검 대상이 된 사건과 관련, 죄가 있는 자에게 준엄한 국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데 있다. 수사의 최종 목적은 유죄 선고에 있다, 며칠 전 어렵사리 구속 집행된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경우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야 특검의 목적이 달성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여전히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경우 지금 상태에서 특검이 종료되면 어찌 되겠는가. 막강 방패 인력을 투입할 피고인 이재용에 맞서 남은 특검 인력이 제대로 창이나 휘둘러 보겠는가.
이번 박영수 특검은 국정농단에 가담한 장차관 수석비서관 다수를 구속하는 등 그동안 일그러져 왔던 법치를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보기 드문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줄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열 번이 넘는 특검체제에서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특검 기간이 연장되어 왔다. 헌법학자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특검기간 연장에 대한 황교안 총리의 승인권은 재량권이 아니라 직무상의 의무”에 해당된다고 한다. 국정을 통할하는 게 총리의 소임일진대, 국정과정에서 발생한 적폐를 발본색원하여 청산하는 것은 당연히 총리에게 주어진 의무라는 것이다. 특검 연장 요청을 수일째 '뭉개고' 있는 상황에서 무망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황 총리의 윤리와 양심, 최소한의 명예감정 등 총리직 주제에 걸맞는 처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어렵사리 국민적 합의로 특검을 발족시키고, 대통령을 탄핵심판대에 세웠건만 갈 길이 이리도 멀고 험난하다. 특검연장 문제,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의 결정 등 나라의 존망을 가를 중요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렇다. 황총리가 특검 연장을 거부하든, 헌재에서 탄핵 인용 결정이 나든, 탄핵 기각 결정이 나든, 그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최종 결재권자는 주인, 바로 국민이라는 점이다. 주인 결재 없이는 이 모든 것들이 무망하고 무망하다. 배를 띄울 수도 뒤집어 엎을 수도 있는 게 바다이고 주인이고 국민이라는 이야기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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