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 발목 잡는 정치…백악관 "모든 FTA 재검토"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치 리스크가 세계 교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WB)은 21일(현지시간) 펴낸 '2016년 글로벌 무역 현황: 교역 압박하는 정책 불확실성'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정책 리스크, 특히 보호무역 강화가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교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교역 성장률은 1.6%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와 상품 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경제 정책 변화를 초래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교역 위축에 한몫했다. 보고서는 올해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호무역 확대는 세계 경제의 질서로 자리 잡은 자유무역의 폐기로 이어져 오랜 시간 구축해온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입힌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한 상품·서비스 공급망에 흠이 생길 경우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한 나라의 경제 성장에도 해가 된다. 세계은행은 이런 관점에서 미국 정부의 인위적인 자국 기업 불러들이기 정책의 부작용 역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WB의 우려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 공약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를 시행하고 있는 한편, 대미 무역 흑자국의 지정, 국경조정세 도입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체결한 모든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해 미국과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속해서 혜택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부 협정은 10년이 된 것도 있고 20년이 된 것도 있다"면서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들이 시대에 맞는지 등을 살펴보고 새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고 수출품의 세금을 면제해주는 국경세 도입이 다가오자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미국내 산업계 반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보잉, GE, 캐터필러, 다우캐미컬 등 16곳의 대형 제조기업 대표들은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경세가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조기 도입을 촉구했다.
반면 수입비중이 큰 타깃·베스트바이 등 소매업체 대표들은 국경세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애플·인텔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미국 싱크탱크 ITIF는 법인세 인하에는 찬성하지만 국경세 도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트럼프의 무역장벽 강화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큰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국경세 등 구체적인 관세 부과 방안을 내놓는다면 국제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같은 발언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 역시 국경세가 불공정무역에 해당한다면서 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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