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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29>우유의 참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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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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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자신의 몸매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모유 대신 우유 먹이기 열풍이 불면서 모유 먹이는 엄마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양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동물에게나 젖은 소화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영양을 공급해 주는 수단이므로 젖에는 새끼의 성장에 적합한 영양소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젖소는 특별히 사람 몸에 좋은 영양소를 우유에 담아 놓을까?

사람과 소는 성장의 속도는 물론, 목표와 과정이 많이 다르므로 필요한 영양소도 당연히 다르다. 송아지는 1년이면 거의 어미소로 자라기 때문에 우유에는 송아지의 빠른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겠지만, 사람의 몸은 1년만에 성인으로 자랄 수 없거니와 특히 뇌와 정신의 발달에는 긴 시간과 특별한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유에는 아기의 성장에 가장 적합한 영양소가 들어 있을 것이므로 우유가 모유를 대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모유와 우유 한 컵의 영양소를 비교해 보면, 단백질은 2.5g과 7.9g, 지방은 10.8g과 7.9g, 탄수화물은 17.0g과 11.0g, 비타민 C는 12.3mg과 0mg, 나트륨은 42mg과 98mg, 칼슘은 79mg과 276mg이 들어 있어 모유와 우유는 성분이 많이 다르다. 모유에는 단백질과 나트륨, 칼슘은 훨씬 적고, 불포화지방과 탄수화물, 비타민 C는 훨씬 많다.

모유와 우유에는 다른 동물성 식품과 달리 탄수화물의 하나인 락토스(lactose)라는 유당(乳糖)이 들어 있는데, 락타제(lactase)라는 효소에 의해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락타제는 아기의 소장에서 만들어지는데, 전세계 75%의 성인들에게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이런 사람이 우유나 유제품을 먹으면 구역질,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락토스 과민증(lactose intolerance)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락토스 과민증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우유를 먹었는데, 그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른다. 우유에는 영양소가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젖소가 먹는 풀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 몸에서 우유보다 더 좋은 영양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유의 영양소는 젖소의 먹이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인데, 풀보다는 사료에 성장호르몬이나 항생제를 함께 먹이며, 젖이 많이 나오도록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과 출산을 반복시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유의 영양소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유의 성분을 들여다보아도 좋은 식품인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인 유당은 락토스 과민증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지방은 포화지방 비율이 육류보다 더 높아 미국 연방정부의 식품 가이드라인에서도 무지방이나 저지방 유제품을 권한다. 칼슘을 비롯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는데, 유제품을 많이 먹는 미국인들의 골다공증 환자가 훨씬 많은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당신의 사랑하는 아이가 다소 느려 보이지만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송아지처럼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가? 성인인 당신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를 바라는가, 송아지처럼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송아지와 같은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유나 치즈, 버터, 크림, 요구르트, 아이스크림과 같은 유제품에 당신과 사랑하는 아이들의 소중한 몸을 맡기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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