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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대연합, 내년 1월 이탈리아 '오성운동' 벤치마킹해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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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어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정병국ㆍ주호영 의원 등과 함께 식사했어요. 탈당해 창당한다고 해서 번잡한 월요일(26일)보다 화요일(27일)이 낫겠다고 조언했죠."

정의화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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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전 의장 "접촉은 끝났다…출항 시기만 저울질"= 지난 21일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 여의도 사무실. 이곳에서 마주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뜻밖의 얘기를 끄집어냈다. 향후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했을 때부터 (이 같은 정계개편을) 예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중도보수 세력의 '빅텐트'가 조만간 펼쳐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접촉은 다 끝났고 정지작업까지 마쳤다"는 얘기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전 대표와 대여섯 차례 만났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는 가장 처음 만나 1시간 넘게 얘기했어요.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전남 강진까지 찾아가 만났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와는 두 차례나 점심을 함께 먹었고, 김무성 전 대표는 수시로 만나 얘기하고 전화통화하는 사이죠."

 정 전 의장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외교부 장관으로 만나 신뢰를 쌓았다고 했다. 귀국 후 접촉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신당을 준비 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는 미국 뉴욕대(NYU) 동문이란 인연을 갖고 있다. 예전 현역 의원 시절에는 본회의장 옆자리에 배석했다. 도지사 출마를 조언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자신이라고 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분당으로 촉발된 1990년 '3당 합당 체제(보수대연합)'의 분열이 불과 1개월 뒤에 봉합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들 세력은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제각기 깃발을 올렸다가 곧바로 헤쳐모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묶는 고리도 단순히 '개헌'이 아니다. 박근혜정부로 상징되는 부패ㆍ무능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발과 촛불민심의 반영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단순히 '제3지대'로 치부하기보다 온건보수 중심의 정계개편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실제로 '동반성장'을 외치는 정운찬 전 총리는 최근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와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창당발기인대회와 대구시당 창당대회까지 찾아갔지만 늘푸른한국당에 입당하기보다 독자세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운데)와 김용태 의원(왼쪽)이 참여한 신당 준비모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운데)와 김용태 의원(왼쪽)이 참여한 신당 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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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 우후죽순 창당…온라인·연대·싱크탱크 위주 운영이 공통점= 이들 세력이 내년 1월 우후죽순처럼 창당에 나서는 대목은 눈여겨봐야 한다. 내년 1월20일께 창당을 선언할 새누리당 비박계의 개혁보수신당(가칭) 외에 새누리당 선도 탈당파인 남경필ㆍ김용태의 신당, 정 전 의장이 구상하는 디지털정당,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 등이 모두 내년 1월 창당 예정이다. 여기에 '동반성장'을 외치는 정운찬 전 총리가 같은 시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1월 국회 안에 설치될 개헌특별위원회와 '보수의 메시아'를 자처하는 반 총장의 귀국도 판을 뒤흔들 큰 변수다.

 이들 세력 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경쟁의 법칙도 정해졌다. 정 전 의장은 벤치마킹 모델로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을 거론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가 2009년 출범시킨 이 운동은 한국과 흡사한 정치 상황에서 출발했다. '가짜 보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득세한 가운데 대안세력으로 떠오른 좌파마저 무능 탓에 전면에서 물러나자 등장했다.

 이 운동은 '우리가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모든 것이 잘못됐다'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마치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론하는 것과 같다. 그동안 믿어왔던 '빌어먹을'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실망을 발판삼아, 인터넷을 활용해 민주주의의 업그레이드에 도전한다.

 이런 오성운동은 정파 간 연합체의 성격이 강하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 의지해 운영되며 정치자금도 투명하게 거둬지고 집행된다. 대표 격인 그릴로는 베를루스코니의 '금권정치'에 물든 기성 언론에 반발해 전국을 돌며 온·오프라인 집회를 열었다. 결국 20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대중적 지지를 획득했다. 현재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하원의 630석 중 91석을 차지했다. 지난 6월 로마시장 선거에선 2500년 로마 역사상 첫 여성시장을 배출했다.

개혁보수신당의 김무성(왼쪽), 유승민(가운데), 정병국(오른쪽) 의원.

개혁보수신당의 김무성(왼쪽), 유승민(가운데), 정병국(오른쪽)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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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 만에 와해된 '보수대연합'…네트워크 정치 통해 조만간 부활= 개혁보수신당을 비롯해 남경필·김용태 신당, 정 전 의장의 신당이 모두 '직접민주주의' '온라인정당' '중앙당 없는 싱크탱크 위주의 운영' '연대체'를 앞세우는 사실은, 그래서 주목해야 한다. 오성운동 등 유럽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른바 '스타트업 정당'의 특징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정당을 표방할 경우 창당과 해체가 손쉽게 이뤄지고, 주변 세력과 연대하기 쉽다"면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중도를 표방한 개혁성향의 보수세력들은 이제 누가 '킹(대선후보)'이 되느냐보다 '킹 메이커'가 될지, 또 플랫폼을 어떻게 선점할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네트워크화와 연대는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식의 정치실험이자 보수대연합 부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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