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이날 오전 재판장인 박한철 소장과 주심 강일원 재판관 등 재판관 8명이 참석한 평의를 열었다. 페루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은 빠졌다. 평의는 재판관 전원이 참석하는게 원칙이지만 7명 이상만 모여도 성립되는 것으로 본다. 김 재판관은 당초 오는 16일로 예정된 귀국 날짜를 앞당기기로 했다.
탄핵심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재판 원리를 준용한다. 따라서 재판부가 심판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박 대통령의 위헌 및 위법 사항을 따지기 위한 증거조사나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 있다. 헌재는 이를 위해 이르면 이달 하순부터 약 2주 간격으로 몇 차례의 공개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변론에 직접 참석할 지도 관심이다. 헌재는 지난 9일 인편으로 박 대통령 측에 탄핵청구서를 송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서를 오는 16일까지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답변 등을 바탕으로 기일을 정한 뒤 변론출석 요구서를 보낼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변론은 진행된다.
박 대통령 탄핵안에는 5개의 헌법위반 사실, 8개의 법률위반 사실이 담겼고 50명 안팎의 관련 인물이 등장한다. 이런 탓에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법제사법위원장)은 "(60여일이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시엔 탄핵심판 절차에 관한 논의에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 헌재가 정치적 관점과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판단을 내리는 곳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노 전 대통령 사건 때보다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형사재판 원리를 준용한다지만 형사재판처럼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도 이 같은 의견을 뒷받침한다.
헌재가 형사재판 원리를 지나치게 크게 적용해 심판이 길어지면 국정 혼란이 장기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가 소추안에 나온 모든 사유를 다 조사하고 심사할 이유는 없다"면서 "사실관계가 명확한 몇 가지 사유만으로 대통령직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파면 결정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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