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향후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갈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특히 정치권의 향배는 더욱 그렇다. 여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차기 정권은 야당이 잡을 것이 확실하다고 하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를 보자. 짧은 기간 고도성장한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그것을 그대로 말해준다. 1960년 4ㆍ19 민주혁명은 이듬해 5ㆍ16 군사쿠데타로 빛을 바랬고 1980년 서울의 봄과 5월 광주민주화운동도 군부의 총에 짓밟히고 말았다. 1987년 6ㆍ10 민중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이끌었지만 민주 진영의 분열로 정권은 다시 군부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던가.
우선 가장 익숙한 것과 이별해야 할 인물은 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다시 관저에서의 일상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탄핵안 가결 전이나 지금이나 관저 생활이 더 익숙한 분이니 박 대통령의 일상은 별로 변한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수 차례의 약속을 종잇장처럼 어기고 탄핵안이 가결돼도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아직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대통령에게 더이상의 기대는 거두는 게 현명하다.
검찰은 어제(11일) 그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나머지 못다한 수사는 이제 특검의 몫이 됐다. 그러나 검찰의 초기 수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뒤늦게나마 수사에 속도를 낸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는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성숙한 민주 시민의식에 비교해 저급한 정치문화의 개선도 요구된다. 그러나 정치권이 구태를 벗어날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국민들은 자꾸 주저하게 된다. 탄핵안 가결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촛불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4ㆍ19가 5ㆍ16으로, 서울의 봄과 광주의 외침이 서슬 퍼런 군화발로, 6ㆍ10항쟁이 다시 군부의 손에 넘어갔던 것처럼 그 결과가 참혹할까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상이 된 춧불, 그 익숙함과의 이별은 올곧은 대한민국을 본 후에라야 가능할지 모른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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