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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적극적인 법령해석, 경제활성화의 디딤돌로

최종수정 2016.12.06 10:35 기사입력 2016.12.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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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철 법제처 차장

황상철 법제처 차장

최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걸림돌로 꼽혔던 공원 확보 문제가 법령해석으로 해결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즉, 1000가구 이상 재건축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구당 3㎡ 이상의 공원면적을 확보해야 한다는 도시공원법 규정으로 관련 재건축 계획안이 계속 답보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법제처 법령해석으로 해당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이 도시공원법 관련 규정의 시행시점 이전에 수립된 점을 고려해 도시공원법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위 해석만으로 바로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법령해석으로 재건축의 걸림돌 하나가 뽑힌 것이다.

법령해석으로 기업의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례도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인 A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과정에서, 미국에 있는 주식회사 B사의 주식을 51% 취득하고, 그 대가로 A사의 신주(新株)를 발행해 B사에 제공할 계획이었다. 이른바 신주발행에 의한 주식교환의 방법으로 B사의 주식을 취득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벤처기업법은 벤처기업 간의 주식교환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 규정이 국내 벤처기업과 외국 회사 간의 주식교환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어 기업의 투자에 장애가 되고 있었다.
이에 법제처는 벤처기업법에 따른 주식교환 규정이 벤처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기술·인력·자본 등의 분야에서 다른 벤처기업과 전략적 제휴·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임을 고려해, A사가 미국 회사인 B사의 주식을 신주발행의 방식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 해석으로 A사는 B사 지분을 합법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되어 사업상 꼭 필요한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경제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반드시 막대한 양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법령해석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법제처는 지난 2005년부터 국민 또는 기업의 경제활동 과정에서 법령으로 인해 불편을 느끼고 있고, 실제로 공무원의 법령집행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법령해석으로 경제 활성화를 지원해 오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동안 법령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법령해석 대상으로 삼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업허가 등 인·허가 처분의 근거가 되는 훈령, 예규 등 행정규칙이나, 법령이 아닌 구체적 사실관계의 판단에 관한 사항으로서 애매한 집행기준에 대해서도 법리적인 자문의견을 준다거나, 법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집행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자본과 기업 활동의 국경이 없어진 현대의 경제환경에서는 더더욱 광의의 법 규정이나 그 처분·집행기준의 문언적 의미와 함께, 근거 법령의 취지, 연혁, 관계 법령과의 적용관계 등을 고려해서 기업의 시장 진출에 힘을 실어주는 해석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새 도랑 내지 말고, 옛 도랑 메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꾸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기 보다는, 있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하는 데 힘을 쏟으라는 이야기다. 법제처 법령해석은 현재 있는 법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법령의 소극적인 해석·집행으로 불편을 겪는 기업과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법제처 법령해석 제도, 앞으로도 우리 경제 활성화의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황상철 법제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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