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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설자재 원산지 표기, 反시장적 규제

최종수정 2020.02.01 21:27 기사입력 2016.11.21 10:35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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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현장 입구에 설치하는 표지판에 주요 건설자재의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건설현장 및 완공 시설물 표지판에는 건설공사의 명칭이나 공사 규모, 공사기간, 발주자, 시공자, 설계자 등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건설현장의 표지판에 건설자재 원산지 표기까지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 규제라고 판단된다.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규제다.
개정안은 건설자재 가운데 특히 철강업계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입법 배경을 보면 건설현장에서 중국산 수입 철강재가 늘어나면서 시공 부실이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산 철강재는 대부분 신규 설비를 갖춘 대형사로부터 수입되고 있어 품질이 우수한 편이다. 중국 철근공장들은 우리나라의 품질규격인 KS 인증을 받은 경우가 많고, 수입상들은 이런 제품을 들여와 공급한다. 또한 건설현장에서는 저질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감시가 철저하다.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요구하고,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품질 검사를 행하고 있으며, 감리자가 철근 배근을 하고나면 일일이 확인한다. 따라서 불량한 수입 제품이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건설자재 납품서(invoice)에 원산지 표기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철근 제품 표면에 원산지를 양각(陽刻)해 표기하고 있고, H형강 표면에는 제조사의 롤링마크(rolling mark)까지 표기하고 있다. 해당 제품 입고 시에 국산인지 혹은 수입 제품인지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셈이다.

건설현장에서 수입 철강재가 활용되는 이유는 품질이 양호한 반면, 국산 대비 공급 가격이 약 20% 저렴한 것이다. 철강재 소비량 가운데 수입 제품의 비중은 철근 10%, 형강 25% 내외다. 수입량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H형강은 지난해 7월부터 5년간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입량이 크게 축소된 상태다.
결국 건설현장 입구에 건설자재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수입산'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에 편승하여 건설자재 수입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하고 KS에 적합한 수입 자재 사용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그 피해는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높다.

국내 형강 생산업체는 2개사, 철근 생산업체는 10개사에 불과하다. 과점 시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철강재 수입이 인위적으로 제약될 경우,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철근이나 형강은 공사 원가의 1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경우 그 폐해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철강재 가격이 30% 상승할 경우, 연간 3조원 규모의 건설비가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 철강재는 대부분 공사 초기에 투입되기 때문에 공사기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건설자재 원산지 표기가 강행될 경우 무역 마찰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산 건설자재나 설비의 해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건설자재 원산지 표기와 같이 인위적으로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은 불합리하다. 오히려 건설용 철강재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도모하려면 총 수요의 20% 범위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 만약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과도한 수입이 예상된다면 이는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ies) 부과 등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산은 무조건 저급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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