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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주전자속 개구리

최종수정 2016.12.02 10:45 기사입력 2016.12.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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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정부가 전기요금 완화를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 구간을 기존 6구간에서 3구간으로, 누진율을 최고 11.7배에서 3배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난달 공청회를 연데 이어 이달 중순 최종 방안을 확정해 새 전기요금을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잘못된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보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값싼 전기요금 덕분에 에어컨을 더 틀 수 있게 됐다는 데 만족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2015년 '월드 팩트북'을 보면 한국은 총 발전용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1.9%로 세계 82위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원자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26.8%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아 '원자력 과잉-신재생에너지 빈곤'이라는 에너지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경주에 이웃한 경북 지역에 밀집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실질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노원구는 지난 2012년 탈핵에너지전환 도시를 선언하고 마을공동체 복원운동으로 '녹색이 미래다'운동을 펼쳐왔다. 노원구 19만8956세대 중 아파트가 81%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3068개 미니태양광을 공동주택에 설치했다. 최근 전기료 폭탄 때문에 미니태양광에 대한 주민들의 신청도 늘어났다. 지난 5월 23명, 6월 13명, 7월 33명인 태양광 신청자 수가 8월에는 98명으로 3배 이상 폭주했다. 올해 초 미니태양광을 설치한 서울 중계동의 이모씨는 지난해 7월 6만원이던 전기료가 올 7월에는 5만2000원으로 떨어졌다고 기뻐했을 만큼 효과는 가시화하고 있다.

노원구는 또 올해 주민센터 3곳과 도서관 2곳, 학교 3곳에 녹색커튼을 설치했다. 구가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녹색커튼을 설치한 외벽의 온도는 섭씨 41.1도인 반면 커튼이 설치되지 않은 벽면은 51.7도로 나타났다. 녹색커튼이 설치된 민원실은 33.8도인데 설치되지 않은 창가는 41.6도로 뜨거웠다. 녹색커튼 덕분에 실내 온도는 2~3도 낮아지고 그 결과 전기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천의 한 예이다.

기후변화로 내년 여름도 올 여름 못지않게 더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제7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 구체적인 방안 없이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은 고유가 시대에 잠깐 조명을 받았지만, 이후로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듯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5년 역대 최고치인 400ppm(100만분의 1)을 넘었다고 밝혔다. 인류멸종을 막기 위한 심리적 저지선에 다다른 것이다. 정부는 전기료 누진제 개편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국가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없는 전기요금 누진제완화는 끊는 주전자 속의 개구리 실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에어컨 실외기 바람으로 병들어가는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기료에 생태적 가치가 반영돼 야한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도 부활시켜야 한다. 더불어 불합리한 전기요금제를 손보는 것과 함께 분산형, 참여형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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