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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가을날/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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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가을볕은
뽀뿌링 호청같이 깔깔하지.
가을볕은 차
젊은 나이에 혼자된 재종숙모 같지.
허전하고 한가하지.

빈 들 너머
버스는 달려가고 물방개처럼
추수 끝난 나락 대궁을 나는 뽁뽁 눌러 밟았네.
피는 먼지구름 위로
하늘빛은
고요
돌이킬 수 없었네
아무도 오지 않던 가을날.

[오후 한詩]가을날/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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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에 무슨 말을 더 얹겠는가. 다만 오늘 하루는 잠시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자. 손을 내밀고 손가락들을 부벼 보자.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러나 이미 내 손을 서운하게도 감싸고 있는 차갑고 까끌까끌한 다 늦은 가을볕, 그 서늘하고 서늘해서 허전하고 허전해서 한가한 빛살들을 가슴 한편에다 가만히 대 보자. 텅 빈 마루 끝에 혼자 앉아 저 멀리 단풍도 저물어 온통 비어만 가는 오후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사람, 그런 사람이 당신 안에도 있지 않은가. 신작로를 따라 피어나는 "먼지구름"을 뒤로하고 터덜터덜 달려가던 버스가 아쉽고 못내 그리워서 자꾸만 심통만 부리던 사람, 그런 사람 또한 당신의 기억 어느 저편에 있지 않은가. 그렇게 좀 쓸쓸해도 된다. 가을에는 쓸쓸해서 "돌이킬 수 없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좀 무너져도 된다. "아무도 오지 않던 가을날" 좀 무너져서 막막해져도 된다. 그래도 된다. 가을은 스스로 "고요"해지고 그래서 가득해지는 계절이니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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