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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우산이끼 그늘 작은 화분에 지은 솔이끼 집/신동옥

최종수정 2016.11.16 10:53 기사입력 2016.11.16 10:53

 
 노랑 모래, 금모래, 사금파리, 솔이끼야, 날아라 어두운 밤
 꽃 피우는 일이란 나의 아내를 다른 꽃으로 옮기는 일
 두엄 더미 속에서 짧은 생을 살며 눈물을 흘리는 버둥거림으로
 꽃 사태 간장 종지 막사발
 오돌토돌 꽃물 들이는 밥상구름을 이마에 얹고
 나의 아내는 이 땅의 화분을 누구보다 정겨운 꽃으로 가꾼다

 노랑 모래, 금모래, 사금파리, 솔이끼야, 날아라 어두운 밤
 수염 한 낱을 발등에 얹고 간다, 마치 삶이 밥이라도 되는 듯이
 별과 똥오줌 사이 꽃잎을 콧등에 얹은 아가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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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여, 당신은 꽃이었다. 당신은 꽃이어서 개나리보다 환하게 노랗고 목련보다 눈부시게 우아했다. 때로는 수련보다 깊었고 사루비아보다 수줍게 붉었다. 당신은 꽃이어서 당신에게 이르는 모든 길은 꽃길이었고 봄날 오후였고 여름 저녁이었고 가을 아침이었다. 이월에도 당신은 꽃이어서 눈 내리는 그 밤이 오히려 은은하고 다사로웠다. 아내여, 지금도 당신은 꽃이어서 "정겨운 꽃"이어서 향기로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고 우리 보잘것없지만 "노랑 모래, 금모래, 사금파리" 같은 하루하루를 가꾼다. "두엄 더미 속에서 짧은 생을 살며 눈물을 흘리는 버둥거림으로". 그러니 아내여, 당신이 "오돌토돌 꽃물 들이는 밥상구름을 이마에 얹고" 내게로 왔듯 나 또한 그런 공손함으로 당신에게 가리라. 당신은 꽃이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꽃이어서 고맙다는 말로는 어찌 다할 수 없는 인연이어서, 아내여, 당신께 다만 온몸을 구부려 절하고 절한다. 저기 "꽃잎을 콧등에 얹은 아가가 웃는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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