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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말달리자'에 자괴감", 이승환 "블랙리스트 빠져 창피"…'촛불집회' 달군 정치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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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원래 '말달리자'는 크라잉넛 노래였는데, 이러려고 크라잉넛했나 자괴감을 느낀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밴드 크라잉 넛의 공연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는 시민들 / 사진=오상도 기자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밴드 크라잉 넛의 공연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는 시민들 / 사진=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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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 이곳저곳에서 각자 구호를 외치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밴드 크라잉넛이 가설무대에 올라 건넨 인사말이 폭소를 자아낸 것이다. 크라잉넛의 인사말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했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풍자한 말이다.
이어 크라잉넛은 히트곡 '말달리자'를 불렀다. "우리가 달려야 할 곳은 청와대다. 독일이나 이화여대가 아니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독일은 비선실세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씨 일가가 도피했던 곳이며, 이화여대는 부정입학과 특혜 시비를 일으켰던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모교다.

이날 크라잉넛의 일거수일투족은 100만 명에 이르는 시위 참가자들의 시선을 온통 끌어모았다. 광화문 교보빌딩 옆길에 운집한 10만여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대형 스크린 중계를 보며 함께 발을 동동 굴렀다. 10대와 20대 뿐만이 아니었다. 30~50대 참석자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시위현장이 정치 풍자의 거대한 장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밴드 크라잉 넛의 공연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는 시민들 / 사진=오상도 기자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밴드 크라잉 넛의 공연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는 시민들 / 사진=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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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가수'로 불리는 이승환은 오후 9시 넘은 다소 늦은 시간에 광화문 가설무대에 올랐다. 100만 명의 시민들을 향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해 마냥 창피한, (그래서) 요즘 분발하고 있는 이승환"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요즘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프고, 영문도 모른 채 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최순실' '고영태' '우병우'를 한 명씩 거론한 뒤 박근혜 대통령을 호명하며 "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선 1990년대 히트곡인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등을 잇따라 불렀다. 노래 중간 가사는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뀌었다.

이날 무대에는 이들 외에도 가수 연영석과 조PD 등이 올라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후 2시부터는 개그맨 김제동이 시민들과 어울려 '만민공동회'라는 거리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불의한 정권에게 계속해서 진짜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역사적 현장에 바로 여러분들이 와 있다"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도 "더 이상 분노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무조건 방 빼!"라고 외쳤다.

이날 오후부터 광화문 광장을 달군 촛불집회는 가수, 방송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촉매 역할을 했다. 이들의 구수한 입담과 정치 풍자에 국정농단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은 듯 했다.

주최 측이 "건국 이래 사상 최대의 촛불이 켜졌다"고 밝힌 이날 밤 광화문이 거대한 문화제를 연상시킨 이유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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