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영구채 발행·수은 매입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혀가…스텝업조항·풋옵션 조건 설정 수준 따라 현시점엔 약(藥)이지만 미래에 독(毒)되 수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대우조선의 자본확충 방안으로 수출입은행이 영구채 매입을 검토중이다. 수은의 출자전환이 야기할 수 있는 위법성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데다 영구채가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구채에 붙을 스텝업(채권 발행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조항)조건과 풋옵션(채권자가 만기가 없는 영구채에 대해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에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말이 영구채지 만기가 짧거나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높으면 '고금리 부채'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자본확충을 위해 수은이 영구채를 매입한다는 방안이 최선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영구채는 '이자만 영원히 지급하는 채권'이란 것이 이론적 정의지만 대게 풋옵션이나 스텝업조항이 붙어 발행 후 일정시기가 지나도 원금을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다. 예컨대 지난 2012년 5500억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2017년 원금을 갚지 않으면 금리가 기존 3.25%에서 연 8.25%로 뛰고 2019년에도 갚지 않으면 10.25%로 오른다. 현 시점에서의 약(藥)이 미래의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영구채가 자본확충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해볼만한 대안"이라면서도 "이전의 영구채 발행 사례를 보면 대부분 영구채는 스텝업 조항이 붙었고 스텝업이 붙으면 콜옵션을 주는 게 일반적인데 결국 이 조건이 어떻게 설정될지에 따라 좋은 대안이 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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