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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들끓어도 정치권 '탄핵' 입도 뻥끗 안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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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정치권의 관심이 헌법 128조(개헌)에서 65조(탄핵)로 옮겨가고 있다. 탄핵, 하야 등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극도로 탄핵 등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민심에 민감한 정치권이 이처럼 신중한 까닭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 야당들은 최순실 씨가 국정농단을 한 것을 두고 입을 모아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사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실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서는 탄핵, 하야 등의 단어가 시위하듯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정치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은 커녕 냉랭한 상황이다. 특히 야당 지도부 등은 탄핵 이야기만 나오면 '저희가 이야기한 것 아니다',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일관했다.
탄핵 발의, 의결 등이 자유로운 정치권 바깥에서는 탄핵 주장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권 차기 대권주자군 가운데 한 사람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결국 탄핵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직권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우회적으로 나오는데 이를 다 국민이 공감하는 분위기 아니냐"며 "탄핵보다 하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발의는 하는 게 어떨까 싶다"면서 "일단 발의를 해놓으면 여러 가지 정국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카드를 일단 만지작거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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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탄핵 문제 등에 대해 극도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최 씨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국정조사, 특검 등은 사실관계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자는 취지가 크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있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법규 위반 여부 등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특히 탄핵은 단순히 국회 의결로 그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거쳐야 하는데, 이 경우 명백한 사실관계의 규명이 필수적이다. 헌재 판결이 결국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하는 사안이지만 사실관계로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탄핵 가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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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역풍에 대한 두려움도 탄핵을 주저케 만드는 요인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탄핵 역풍의 위력을 실감했던 정치권으로서는 '탄핵'은 일종의 최종 병기로 접근하고 있다. 언젠가는 꺼내 쓸 수 있는 무기지만, 그 피해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사용은 최대한 고민하는 것이다. 특히 제1야당의 최고 책임자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경우 탄핵 역풍의 직접적 당사자다. 추 대표의 소속 정당은 탄핵 이후 총선에서 궤멸적인 패배를 경험했으며, 추 대표 자신조차 낙선했다. 이후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숱한 사과를 해야 했고, 한때 촉망받던 대권주자의 행보 역시 끝나버렸다. 정치권으로서는 탄핵이 지금은 대세 같지만 언제 민심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점, 헌재 결정에 따라 따 다른 역풍이 불어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탄핵을 결정해도 헌재의 심판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기간 국정혼란은 불가피하다.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되더라도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고 총리 권한대행 상태로 국정이 운영된다. 외교·안보, 경제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은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다.

탄핵과 관련해 정치권의 본질적인 고민은 대선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을 탄핵을 결정하면, 급작스러운 대선 정국이 펼쳐진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사망 또는 판결 등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할 때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하고 있다. 급작스럽게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경우 내년 연말 대선을 준비했던 대선주자들로서는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현역 자치단체장 등의 경우 사퇴 시한 등을 두고서 고민해왔던 상황이었는데 급작스럽게 대선 시기 등이 앞당겨질 경우 정치 일정이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예상치 못한 조기대선의 경우 현재 지지율 상위 후보가 경선 등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이 경우 반전을 도모했던 후보들로서는 경선에서 역전을 노릴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상태에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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