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이화사거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노동개악 분쇄·성과퇴출제 저지·총파업 투쟁 승리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2부 순서로 오후 3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책임자처벌·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백남기 투쟁본부)가 주최한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가 진행됐다. 검ㆍ경이 오는 25일까지 부검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백씨 유족ㆍ시민사회단체들은 부검 반대 및 특검 실시를 촉구했다.
특히 천주교 전주교구의 김회인 신부는 추모사에서 백씨의 사인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해 온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14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대포를 맞고 바로 뼈가 부러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유족 민주화씨가 백씨 사망 직전 시댁 식구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했던 것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딸이 해외여행을 나갔다"며 비아냥댔다.
유족들은 경찰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백씨의 장녀인 도라지씨는 가족발언에서 "비무장 농민을 공격한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며 "남은 사람의 몫은 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사람들에게 사과 받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들은 무대 가까이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
정재호 의원은 "고 백남기 어르신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가시는 길마저 편하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다"고 얘기했다. 이어 정 의원은 "최근 백남기 사태를 보면 1987년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생각난다"며 "국가 폭력이 자행되면 온 국민이 등불과 같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전문가 의견 및 일반 상식상 '외인사'가 당연한데도 '병사'라는 사망 진단서를 발급해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대 병원 직원들도 집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때문에 부끄러워졌다"며 "그 부끄러움 더 이상 가지지 않도록 파업에 임하고 있다. 파업에서 승리하는 것이 백남기씨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4시쯤 대학로 이화사거리를 출발해 종로와 보신각을 거쳐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던 종로 1가 르메이에르 종로타워까지 행진했다. 지난 1일 추모대회처럼 헌화를 두고 참가자들과 경찰과의 몸싸움은 없었다.
헌화를 위해 흰 국화뿐 아니라 노란 장미, 빨간 장미 등을 손에 쥔 행진행렬은 오후 5시쯤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 도착했다. 참여자들은 약 15분간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헌화를 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백남기 농민은 이 땅의 민주화와 정의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왔다”며 “백남기 농민의 죄라면 열심히 일한 죄, 이 나라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무슨 큰 죄를 지어서 이 가는 길을 (정부가) 가로막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백남기 농민이 편하게 갈 수 있게 도와달라”며 시민들에게 부검을 막고 특검을 위한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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