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인증 안해도 되고 지역·나이 등만 적으면 청소년도 '조건 만남' 가능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 "용돈만남 가능하나요?", "키 몸무게 액수 알 수 있을까요?"
랜덤채팅앱에 20세 여성으로 접속하자 5분도 안 돼 주변 10km 남성으로부터 20개의 쪽지가 쏟아졌다. 개인정보 입력 없이 대화명, 지역, 나이만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랜덤채팅앱은 '조건 만남'에 최적화 돼 있었다.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또는 혐의가 있는 스마트폰 채팅앱은 717개였다. 이 중 분석 가능한 182개 앱을 조사한 결과 성인 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64개(35.2%)뿐이었다.
이들 앱에서 닉네임에 '18', '열7곱', 고등학생을 뜻하는 '고등어' 등을 기입하면 청소년임을 드러낼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접속해보니 "주 1회 월 300만~600만원 선불 드려요" 등 성매매를 요구하는 쪽지가 끊임없이 왔다. 최근엔 조건만남이라는 말 대신 '건전, 비건전, 반건전' 등 성매매행위를 비유하는 신조어들도 등장하고 있다.
랜덤채팅앱이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가부는 랜덤채팅앱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주요 기능이라는 이유로 유해매체로 지정하지 않았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아동ㆍ청소년들의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은 상태"라며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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