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금을 깎아주고 금융을 제공했다. 공장 부지도 제공해 줬다. 노사분규가 있으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줬다. 정부와 끈을 가진 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공정한 경쟁이나 '법 앞에 평등'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공정한 특혜를 기반으로 하는 불균형 성장 전략이었다. 목표 지향적인 일사불란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움직였다. 군대식 관료 체제인 재벌 체제도 효과적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산업화 모델을 자랑스러워했다. 후발 개발도상국들이 우리의 모델을 따라 산업화를 추구했고 상당한 성과를 올린 나라도 많다. 하지만 이런 모델의 신화는 여기에서 끝내야 한다. 동네 축구에서는 열심히 뛰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다르다. 박지성 선수와 같이 잘하는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해도 우승은커녕 조별 예선도 통과하기 힘들다. 열심히 땀 흘리는 것만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오직 실력을 연마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의 산업화 전략과는 정반대로 가야 한다. 정부가 중심이 돼 일부 특정 세력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더욱 촉진시킴으로써 박지성 선수를 뛰어 넘는 선수들이 더 큰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로마의 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1세기 원로원 연설에서 "우리가 오랜 전통으로 믿고 있는 일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운 것이었다"면서 "출신지가 어디든, 출신 부족이 과거의 패배자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인재를 흡수해 활용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우리 조상들은 이미 보여주었고 지금 우리에게도 유용한 통치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0년 전의 이야기이다. 우리도 산업화 세력이든 민주화 세력이든 호남 출신이든 영남 출신이든 초등학교 출신이든 박사학위 보유자이든 나이가 적든 많든 모든 것을 뛰어넘어 오직 성과와 능력만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성과와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국내의 인재뿐 아니라 외국의 인재까지도 영입해서 활용하는 나라가 되면 더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꼭 봐야할 주요뉴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벚꽃축제 두 번 여는 속...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