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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어푸! 물먹는 생…직장인 60%, '푸어'라는 어류?

최종수정 2016.08.26 04:00 기사입력 2016.08.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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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빠지게 일해도 가난...위킹푸어·렌트푸어·하우스푸어·학자금푸어, 이 중에 안 속하시는 분?

어푸어푸! 물먹는 생…직장인 60%, '푸어'라는 어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한 달 월급에서 월세 내고, 관리비·통신요금 등 생활비 충당하면 매달 마이너스 신세다. 노후준비는커녕 로또가 당첨되지 않는 한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사기도 힘들 것 같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지만 웃을 수 없는 것이 진짜 현실이다"

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어느새 직장생활 7년차가 됐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아도 수중에 돈이 없다고 푸념한다.
이씨와 같은 푸어족('가난한'이라는 뜻의 형용사 'poor'와 한자 '족(族)'의 합성어)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26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직장인 11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70.4%)가 자신을 '푸어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로 진화하는 '푸어족' 유형=워킹푸어(직장이 있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아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계층), 하우스푸어 (집은 있지만 집대출금 갚느라 빈곤한 상황)를 비롯해 요즘은 푸어족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그래픽=이경희 디자이너

그래픽=이경희 디자이너

'푸어' 유형은 전 연령층에서 '워킹푸어'(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비싼 전·월세 비용으로 여유롭지 못한 '렌트푸어'(25.1%), 집을 샀지만 빚 때문에 빈곤한 '하우스푸어'(21.4%), 학자금 대출로 인해 생활의 여유가 없는 '학자금푸어'(19.6%)순이었다.

전연령층에서 '워킹푸어'가 가장 많았지만, 20대의 경우 학자금 대출로 인해 생활의 여유가 없는 '학자금푸어'가 32.1%, 30대는 비싼 전·월세 비용 때문에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렌트푸어'가 29.2%, 40대는 내 집 마련하느라 가난해진 '하우스푸어'가 41.8%, 50대 이상은 자녀 결혼비 마련 등으로 노후자금이 부족한 '실버푸어'가 34.4%로 각각 다음을 차지했다. 그래픽=이경희 디자이너

전연령층에서 '워킹푸어'가 가장 많았지만, 20대의 경우 학자금 대출로 인해 생활의 여유가 없는 '학자금푸어'가 32.1%, 30대는 비싼 전·월세 비용 때문에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렌트푸어'가 29.2%, 40대는 내 집 마련하느라 가난해진 '하우스푸어'가 41.8%, 50대 이상은 자녀 결혼비 마련 등으로 노후자금이 부족한 '실버푸어'가 34.4%로 각각 다음을 차지했다. 그래픽=이경희 디자이너



광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신모(30)씨는 전세 대출금을 갚느라 생활비가 늘 빠듯하다. 신씨는 전세 대출을 갚느라 생활비가 늘 빠듯하다. 신씨는 "2년 반 동안 남들 해외여행하고 맛있는 거 사먹을 때 안입고 안먹고 모았지만 전세자금은 부족했다"라며 "문제는 그 다음이다. 힘들게 전세자금을 모아도 집주인이 1000만원만 올리라고 하면 엄청난 부담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경제력이 부족해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헬스푸어'(9.1%), 소득에 비해 비싼 차를 구입해서 쪼들리는 '카푸어'(6.2%), 과도한 결혼 비용으로 여유가 없는 '웨딩푸어'(6.2%), 자녀 교육비를 대느라 궁핍해진 '에듀푸어'(5.7%) 등이 있었다.

중소기업 사원인 김모(28)씨는 얼마 전 이가 시려 치과에 갔다가 비싼 치료비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이가 3군데 썩은 곳을 치료하는 비용이 150만원이었다. 거의 한달 월급에 가까운 돈을 치과치료에 투자할 수가 없어서 다음달 추석보너스를 받으면 치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시간'이나 주세요=경제적인 빈곤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가난해지고 있는 '타임푸어'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잡지사에 일하는 박모(27)씨는 야근이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래다. 입사 후 퇴근시간을 지킨 날은 손에 꼽는다. 박씨는 "회사에 12시간, 14시간씩 있다 보면 왜 사는 지 회의감이 들 정도다. 내 삶이 이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세뇌당하는 기분이다"라며 "타임푸어는 단순히 '업무강도가 세다'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 무서운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야근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근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심시간을 쪼개 수면카페에서 부족한 잠을 자는 직장인도 부쩍 늘었다. 수면카페는 시끌벅적한 일반카페와 달리 잠을 잘 수 있는 해먹이나 안마의자가 있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음악도 틀어준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힐링장소로 인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일주일의 절반 정도인 주 2.3회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면시간은 평균 6시간 4분으로 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1시간 이상 부족했다.

◆푸어족들의 종착역은 '포기'=문제는 이러한 푸어족들은 상황을 돌파할 힘이 없다는 점이다. 절반이 넘는 55.2%는 본인이 푸어족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포기한 항목을 묻자 '취미·여가생활(55.4%)','저축(38.8%)'이 많았다. 이어 '인간관계(36.8%)', '결혼(33%)', '노후준비(31.2%)','내 집 마련(30.4%)' 등을 포기하고 있었고, 출산을 포기한다는 답변도 27.4%이나 됐다.

인터뷰에 응했던 직장인 신씨는 "결혼상대를 찾을 생각이 아직은 전혀 없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지출의 시작이다"라며 "지금상황에서 연애를 시작하면 빚잔치가 될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을 때까지 당분간 혼자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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