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달러는 유별나게도 우리나라에서 '선진국 입성'의 기준으로 통한다. 우리정부가 신주모시듯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39개국을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해놓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독 3만달러에 집착한다. 국민소득 통계에 '중요한'이란 형용사를 붙인 것도 이런 정서를 감안해서였다.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밑돌았으니 선진국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큰 게 현실이다.
3만달러에 대한 집착은 우리나라 1인당 GNI가 지난해까지 10년째 2만달러 벽에 갖혀 있었으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곱씹어봐야 할 것은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를 천착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라고 본다.
왜 우리는 2006년 이후 10년째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가. 경제성장률 저하가 첫 번째로 꼽힌다. 맞는 말이다. 10년 전 4~5%였던 잠재성장률이 2~3%로 떨어졌으니 소득이 안 늘 수밖에 없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구감소, 성장동력 부재,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감소 등 여러 이유를 댄다. 맞는 말이다. 서울대 기계공학부의 박희재 교수같은 분은 혁신 부재를 원인으로 여긴다. 나는 여기에 지식자본 축적의 부족을 더하고 싶다. 경제부처 고위공직자인 지인의 지론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는 지식자본이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설계능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다. 선진국들은 수백년 동안 독서와 사색을 통해 지식자본을 축적했고 그것이 오늘날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식자본을 많이 축적했다지만 부족하다는 점은 조선업 구조조정만 봐도 너무 명백하다. 이 자본이 전 산업에서 충분히 쌓이지 않는 이상 한국이 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접대하는데 귀중한 시간과 돈을 쓰기에 여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이 쓴 접대비는 9조9685억원이었다. 59만1694곳의 기업이 하루 평균 약 270억원을 썼다. 유흥업소에서 쓴 접대비가 1조1418억원이나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이런 풍토를 타파한다면 퇴근 후 독서와 사색을 통한 지식자본 축적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3만달러 진입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법률에 헌법재판소는 과연 어떤 선고를 내릴 것인가.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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