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게 대부분... 5년 뒤엔 블로그 글 모아 책 내고 싶어
[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금보령 기자]지하철 택배원 조용문(76)씨는 '파워블로거'다. 지하철 택배원의 일상을 담은 그의 개인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600~700명에 이른다. 조씨는 일을 하면서도 전철역 안전문에 적힌 시 등 블로그에 올릴 만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겨둔다. 블로그 운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목표가 있어서다.
지난달 23일 동대문역에서 만난 조씨는 "5년 정도 더 일하면서 블로그에 쓴 글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조씨는 2010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그가 살던 지역 시청의 직업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게 됐는데, 휴대전화를 잘 다루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스무 명 정도의 노인들 중 휴대전화에 익숙한 사람은 조씨뿐이었단다. 그렇게 시작한 지하철 택배원 생활이 벌써 7년째에 접어들었다.
조씨는 더운 여름날에도 양복을 입는다. 젊을 때 양복 입고 일했기 때문에 더 편하다고 한다. 그는 "지하철 에어컨이 세서 안에 있으면 춥다"며 긴팔을 고수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그의 점심은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인 경우가 많다. 이날은 미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김밥을 샀다. 김밥 한 조각을 집어든 지 5분 만에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조씨는 남은 김밥을 재빨리 해치우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조씨는 지하철 택배원 협동조합을 구상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협동조합은 생각만 했지 구체적으로 기획한 적은 없다. 우리 같은 노인들이 조금 더 살기 편하도록 복지 제도가 잘 정비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