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조심스레 다루고 시간 잘 지키고 배송비는 저렴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지난 5일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안. '출발 A지점','도착 B지점'이라고 적힌 종이가방을 양손 가득 들고 돌아다니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쇼핑객이 아닌 지하철 택배원들이었다.
지하철 택배는 배송이 빠른 편이다. 주문이 들어오는 당일에 배송을 마친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최소 하루에서 이틀 걸리는 일반 택배와는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배송 예상 시간도 계산하기 쉽다. 지하철은 정시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나 화물차 택배는 도로 교통상황에 따라 배송 시간이 바뀌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꼼꼼함도 장점이다. 하나를 배송하더라도 물품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지하철 택배원들이 많은 덕분이다. 박모씨(49)는 "일반 택배원들은 항상 바빠 보이던데...어르신들이 더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물건을 조심스럽게 갖고 오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이용객들에게 지하철 택배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백화점 매장 직원 김씨는 "어르신들이 집에 가만히 계시는 것보다 일하시는 그 자체가 보기 좋아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모든 이용객이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지하철 택배원을 철저하게 업무 관계로 보는 이용객도 있었다. 30대 고모씨는 "그 분(지하철 택배원)들 회사에서 임금이 따로 나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라며 "노인들이 지하철 택배원으로 일하시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그냥 물건 가져가서 배송해주시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한 이용객은 지하철 택배원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모씨(28)는 "어르신들이 비 오는 날 고생하시는 모습이 가슴 아파요"라며 입을 뗐다. 이날은 서울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씨는 "정말 급할 때 어쩔 수 없이 지하철 택배를 이용하긴 하지만 웬만해서는 안 불러요"라고 덧붙였다.
이용객들 의견을 들으러 백화점을 돌아다니던 중 종이가방 10개를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는 황모씨를 만났다. 40년생인 그는 올해 77세로 지하철 택배를 시작한 지 6년이 됐다고 했다. 황씨는 "매일 유치원 가는 기분으로 출근해요"라며 일에 대한 즐거움을 나타냈다. 백화점 안에서 사람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는 그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는 "지금 또 물건 배송하러 가요"라며 손을 흔들고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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