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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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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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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정리 분석한 공정위 통계연보가 발표됐다. 이에 의하면 공정위의 지난해 사건 처리 건수는 4367건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시정명령과 고발을 포함하는 시정조치는 506건인데 이중 시정명령이 450건이고 고발이 56건으로 고발 건수 비율이 11%에 해당한다. 2013년의 고발 건수는 65건으로 시정조치의 19.5%인데 이보다 8.5% 하락한 수치이다. 과징금의 경우는 부과 건수가 총 202건으로 전년의 113건보다 78.8% 증가했으나 총 과징금 액수는 5889억원으로 전년의 8043억원보다 26.8% 감소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공정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으로 일반시민, 주주들의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1996년 도입됐다. 그러나 공정위의 활동 부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2014년 1월부터 의무고발요청제도가 도입돼 시행 중인데 이는 공정위가 조사 후 고발하지 않은 사안일지라도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이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을 하도록 한 장치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금지를 위반한 경우 피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보상액을 물리고 엄정한 집행을 위해 법원의 감경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의 법 위반에 대한 형사고발 비율이 낮고, 과징금이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충분한 처벌과 피해 집단에 대한 보상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한 것이다.

공정위는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며 합의제 준사법기관이다. ‘기업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공동행위 및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여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며,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관이며, 경제 이론으로 보아도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등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를 가능한 한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이와 같이 자명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너무 공정거래법을 엄하게 적용하면 오히려 지나친 규제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너무 느슨하게 적용하면 경제력 집중이 강화되고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경제의 균형 발전을 달성할 수 없다. 따라서 어디에서 선을 그을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는데 지난해의 결과를 바로 그 전 해의 결과와 비교하는 식의 지나치게 단기적인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지속적이면서도 매우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이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모든 방면에서 양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좀 더 엄하게 법의 잣대를 대야 한다는 것이다.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 등 사법부마저도 강력한 기업집단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상황에서는 조금 더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 편에서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균형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한국 사회가 모든 방면에서 점차 역동성을 잃어 가는 것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 번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사이클이 돌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 공정위의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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