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현진 기자]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연 1.25%의 기준금리 동결 선택은 예상된 행보였다. 한은이 바로 지난달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기 때문이다. 닷컴 버블 붕괴 및 미국 9ㆍ11 테러가 겹쳤던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 한국의 기준금리가 2개월 연속 내려간 적이 없다. 2001년의 경우 7월부터 9월까지 3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떨어졌고 2008년엔 10월9일 연 5.00%로 하락한 후 5회 연속 인하 행진을 이어갔다. 만약 한은이 경기 회복을 위해 이날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란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면 시장의 충격은 역설적으로 커질 수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이 극단적인 과거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정부가 마련한 2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효과를 지켜본 후 추가 대응을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 20조원을 경기살리기에 쏟아붓는 재정보강 대책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0.25∼0.3%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5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어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에 관해 최종적으로 협의할 예정인 만큼 한은 입장에선 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볼 여유가 생긴 셈이다.
녹록잖은 국제금융환경도 한은의 발목을 잡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결정 후 세계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 경쟁을 벌일 태세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미 브렉시트 결정 직후 금융ㆍ통화정책 완화에 시동을 걸었고 일본 역시 필요 시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26~27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변수다. 브렉시트 후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미 연준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6월 FOMC 의사록엔 "대부분 참석자가 향후 지표들이 경제성장 상승세를 확인해 줄 경우 심각한 경제ㆍ금융 충격이 없는 한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재돼 있다. 미국 연방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올해 7월과 9월 11월 12월 총 4차례 남았다. 결국 기준금리(1.25%)가 거의 한계점에 근접한 현 상황에선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득보단 실이 많을 것으로 여긴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변수가 많아 시기나 횟수 등을 예측할 수 없다"며 "브렉시트 효과가 진정되면서 경기 분위기가 다소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만약 수출 둔화와 경기 위축, 브렉시트의 추가 충격 등이 생기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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