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도 능력과 무관, 나이들면 연봉도 오른다
주요 기업들은 90년대 말부터 임금에 직무ㆍ성과의 반영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왔지만 생산직만 무풍지대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70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생산직의 80%가 호봉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사무직(14%), 연구직(50%), 판매ㆍ서비스직(54%)보다 높은 수준이다.
세계 5위 자동차회사인 현대차(국내공장)는 기본급이 연령(근속)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증가하는 호봉제인 반면, 독일은 기본급을 1등급에서 1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된다. 2014년 독일 금속노조 바덴뷔르템베르크 지구의 사례를 보면 17등급의 임금은 1등급의 2.5배에 달했다.현대차의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도 2000년까지는 현대차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유지했다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무와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구조로 바꾸었다.현대차는 사측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대화의 장조차 마련되지않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노사합의로 생산직 직원들의 직급에 따라 호봉제와 연봉제를 혼합해 적용하고 있다.
-노사모두 필요성은 인정…시기 방법론 큰 시각차
노사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기와 방법 등에서는 아직까지 입장차가 크다. 앞서 호봉제를 폐지한 OCI와 LG이노텍, 논의를 시작한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노사관계가 좋고 노사모두의 타협과 양보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OCI도 통상임금 문제가 불거지고 회사상황이 악화돼 임금인상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되자 사측이 노조요구에 방어하는 대신에 호봉제 폐기를 먼저 요구했다.
-노사간 신뢰 속 절충안 마련이 해법
경영계는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생산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노사간에 위기의식 공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직도 호봉 올라가는것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도입하기가 어려워서 절충안이 필요하다"면서 "군대에서도 내가 선임될 날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선임 특권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주요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꾸준히 진행해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많은 대기업이 직능급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기업 상황에 맞게 임금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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