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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없는 병원'…이길여 산부인과 복원, 기념관 개관

최종수정 2016.06.13 14:51 기사입력 2016.06.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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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병원 모습 재현…인천 최초 초음파기기 및 의료기구, 바퀴붙인 의자 등 전시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보증금 없는 병원'…이길여 산부인과 복원, 기념관 개관

"1950~60년대 산부인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천길재단(회장 이길여)의 모체가 된 '이길여 산부인과'가 1950~60년대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그 시대의 진료실, 초음파장비 등 시설은 물론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절절한 사연, 봉사와 박애 정신으로 환자를 품었던 의사 이길여의 따뜻한 정신까지 고스란히 재현됐다.

가천길재단은 13일 인천 중구 동인천 길병원 옆 용동 큰 우물공원에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을 개관했다.

기념관은 1층에 접수대, 대기실, 진료실이 2층에는 분만 대기실, 수술실, 병실이 꾸며졌다. 3층은 오늘날의 모습으로 발전한 가천길재단의 모습을 비롯해 왕진가방 등 소품 전시와 포토 존이 마련됐다.

기념관 입구에는 '보증금 없는 병원' 간판이 걸려 눈길을 끈다.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생기기 전까지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입원 보증금을 받았다. 진료비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길여 산부인과는 전국에 있는 병원들 중 유일하게 환자들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 환자들은 진료비 대신 쌀가마니, 배추, 고구마, 옥수수, 생선 등을 병원에 놓고 가곤했다. 기념관엔 이 모습들도 그대로 재현됐다.

'바퀴붙인 의자'도 보인다. 겨울이면 추위에 덜덜 떨며 기다리던 환자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나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이 회장은 3개의 진찰대를 나란히 설치하고 의자에 바퀴를 달아 진찰대 사이를 오가며 번갈아 치료했다.

지금은 아주 흔한 바퀴달린 의자를 당시에는 구할 수 없어 작은 바퀴를 사다가 의자에 직접 붙였다. 바퀴붙인 의자는 길병원 정신의 한 상징물이다.

진료실 한쪽에 놓인 태아심장 박동을 들려주는 초음파기기는 '인천의 명물'이었다.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태아심박' 초음파기기 4대가 도입됐을 때 그 중 1대를 들여왔다. 당시 4000만원의 고가 장비였지만 초음파는 태아의 건강상태를 가족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기였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이밖에 이길여 산부인과에는 인천 병원 가운데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길여 산부인과는 1958년 개원해 이후 이길여 회장이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인 1969년 병원을 9층, 36병상으로 증축했다. 현재까지도 가천대학교 부속 동인천길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이태훈 의료원장은 "젊은 세대들이 옛 시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환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 이길여를 만나면서 인류를 위한 박애와 도전정신을 배우고, 부모 세대의 생활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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