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관문 US오픈서 여섯 차례 '준우승 징크스', 올해는?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백전노장' 필 미켈슨(미국).
매주 화요일 연재한 <불멸의 영웅> 마지막 편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서로 다른 3개의 메이저 우승으로 지구촌 골프역사상 여섯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기록에 근접한 또 다른 주자다. 2004년 마스터스를 비롯해 2005년 PGA챔피언십, 2013년 디오픈을 제패해 무려 9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가까스로 3개의 퍼즐을 맞췄고, US오픈이 마지막 철옹성으로 남아 있다.
화려한 주니어시절을 거쳐 199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노던텔레콤오픈 정상에 등극해 파란을 일으켰다. 일단 2013년까지 20차례나 매년 1승 이상(1992년과 1999년, 2003년 제외)을 기록한 꾸준함부터 놀랍다. PGA투어 통산 42승으로 역대 다승 9위다. '골프전설' 샘 스니드(미국)가 1위(82승), 현역선수 가운데서는 우즈 2위(79승) 등 딱 2명뿐이다.
우즈와 전성기가 겹치면서 그늘에 가렸다는 게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다. 2위가 32차례, 3위가 26차례나 됐다. 미켈슨은 그러나 남다른 '가족사랑'으로 우즈를 능가하는 전 세계 골프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9년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모자에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의미하는 '핑크 리본'을 달고 대회에 출전했고, 수술이 결정되자 곧바로 투어를 떠났다.
2013년 US오픈 때는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회 개막 하루 전 3800km나 떨어진 샌디에이고로 날아가는 부성애로 뉴스를 만들었다. 개인비행기를 타고 다시 필라델피아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30분, 격전지 메리언골프장으로 달려가 오전 7시11분 티오프 했을 정도다. 우즈의 2009년 '섹스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미켈슨을 향한 '팬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2014년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주식 내부자 거래' 수사로 멘털이 흔들렸다. 2011년 7월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표백제로 유명한 클로락스 인수를 전격 발표해 하루 동안 주가가 8.9%나 폭등할 당시 대규모 옵션 매수 주문으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는 조던 스피스(미국)의 '메이저 2연승'을 바라보는 처지에 그쳤다.
올해로 46세, 앞으로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US오픈 특유의 악명 높은 코스 세팅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오는 16일 밤(한국시간) 개막하는 116번째 US오픈(총상금 1000만 달러)의 격전지 펜실베니아주 오크몬트골프장(파70ㆍ7257야드)은 1994년 대회에서 공동 47위, 2007년에는 '컷 오프'를 당한 기억까지 있다.
미켈슨에게는 물론 여전히 희망이 있다. 2018년 개최지로 낙점된 뉴욕주 사우샘프턴 시네콕힐스는 2004년 레티프 구센(남아공)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던 곳이다. 잘 아는 코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2019년 개최지 페블비치골프링크스는 1998년과 2005년, 2007년, 2012년 등 4승을 쓸어 담은 '약속의 땅'이다. 미켈슨의 '노장 투혼'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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