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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핫피플] "꼴찌에서 1등으로…실패 경험이 자산이죠"

최종수정 2016.04.08 10:45 기사입력 2016.04.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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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이마트 은평점장
이마트 은평점, 부동의 전국 1위 매장
"신선식품 코너 '맛집'으로 만들것"

박정환 이마트 은평 지점장

박정환 이마트 은평 지점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고진감래(苦盡甘來). 쓴 인내의 시간을 버티면 달콤한 결실이 있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요즘 인기가 없다. 꼴등도 노력하면 1등이 된다는 교훈은 고3 수험생도 믿지 않고, 비슷한 맥락의 자기계발서는 아무도 안 읽는다. 참기만 해서는 승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상업의 정점에 서 있는 대형마트의 점장을 만나 '고진감래'의 교훈을 얻었다면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일까. 업계 1위인 이마트, 그 중에서도 전국 최고 매출을 올리는 은평점의 박정환 점장이 하는 얘기의 끝은 거기에 닿아 있었다. 2001년 오픈한 은평점은 연매출 2200억원대의 전국 1위 점포다. 2008년까지는 본사도 이 곳에 있어 힘이 실렸고, 주변에 경쟁마트도(현재까지는) 없는 금싸라기 매장이다. 아래 직원만 1000여명. 이런곳의 점장이라면 업계에서 '잘나가는 인물'임이 분명하다. 헌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최대 자산으로 '실패'를 꼽았다. 그간의 얘기를 들어봤다.
1991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백화점 상품기획장(MD)으로 일하던 그는 1999년 사업 초기의 이마트 전주점으로 발령받았다. 6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재고 감사 파트장을 맡았다. 준비도 없이, 일을 쉽게 여긴 탓일까. 그가 부임한 이후부터 로스(분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로스로 전사 1등 수준이었죠. 저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원처럼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울 새벽3시 아르바이트생들과 같이 배송차량을 받았어요. 사실상 좌천이었죠. 백화점에서 양복 차려입고 협력사원들에게 지시내리던 MD가 그런 생활을 7, 8개월 했을겁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막막했다. 주변 후배들이 우습게 보지는 않을까 조바심도 났다. 그러나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진짜 열심히' 일을 했다. 신규 오픈하는 대구 만촌점에 검품 파트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은 그 즈음이다. 신규점 검품 파트장은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들만 보내는 자리다. 기회가 온 것이다.
"새 업무를 맡으며 '왜 나를 여기로 보내줬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경력, 이 나이에 나만큼 바닥부터 검품 경력을 가진 사람은 또 없겠다 싶었죠. 얼마 후엔 본사에서도 검품 관련 사항은 제게 조언을 구할 정도가 됐어요. 그 뒤 신선식품을 담당하는 1팀장으로 최연소 부임했습니다. 업무능력으로 1등이라는 것을 인정받은겁니다."

말하지 않은 우여곡절이 더 많다며 웃는 박 점장의 표정에서 그동안의 부침이 읽혔다. 앞으로도 '전국 1위'의 꽃길만 걸을 수 없다. 당장 올 연말 은평뉴타운에 대규모 롯데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강력한 경쟁점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점장이 최근 공을 들이는 것은 매출 증대 보다는 고객 편의. 3개월 전 은평점장으로 온 그는 고객의 동선을 최대한 확보하고, 결품없이 여유있고 편리하게 쇼핑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을 바꾸는 중이다. 주류코너에 낱개와 번들을 함께 배치하고, 동선 한가운데 매대를 줄인 것도 그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애정을 가지는 코너는 신선식품. 그는 은평점 신선식품 코너를 '맛집'으로 표현했다.

"맛집은 줄을 서서라도 먹지않습니까. 과일, 생선, 채소는 이마트가 맛집이라는 평가를 받을겁니다. 말을 안할 뿐 고객이 가장 전문가거든요. 언제 오시더라도 100% 만족하실때까지 발로 뛰어야죠."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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