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반대' 임원후보, 그래도 추천 강행하는 기업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재벌 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던 임원 후보들을 무더기로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오는 11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회사 43곳의 임원후보자 129명을 조사한 결과, 과거 자사 혹은 타사 주총에서 적어도 1번 이상 기관투자자의 반대를 받은 사실이 있는 임원후보는 총 32명(24.85%)으로 드러났다. 11일은 이번주 주총을 개최하는 48개사 중 43개사가 주총을 하는 미니 슈퍼 주총데이다.
임원후보 10명중 2명은 기관투자자에 후보로서 부적격자라는 판정을 받은 셈이다. 이번 조사는 보험사 운용사 은행 국민연금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 100여곳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이력을 조사해 집계했다. (중복투표포함)
이 중 5회 이상 반대표를 받은 후보는 9명, 반대표를 받았을 경우 기관투자수의 비율이 10%이상인 후보는 12명이었다. 5회 이상 반대에 부딪쳤거나 반대비율이 10% 이상인 후보자수는 16명에 달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을 이번 주총 때 후보자로 또다시 추대한 기업은 10개사로 삼성, 신세계, 현대차 등의 계열사들이다.
특히 이번에 삼성화재의 사외이사 후보자로 나선 A씨는 2012년에 이어 지난해도 사외이사 감사이사 선출 당시 각각 15개가량의 기관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과거 1회 이상 반대한 임원후보자도 14명이나 됐다. 2회 이상 반대한 후보자는 5명이며 2회 이상 반대표를 받은 사람을 후보자로 내세운 기업은 6개사로 삼성, 신세계, 현대차의 계열사들이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기관투자가들의 의견도 재벌 그룹 계열사 주총에서는 무시를 당한 셈이다. 현대차와 삼성물산 등이 최근 주주권익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주와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외부 주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여러 기관투자자가 반대한 사실을 인식하고도 해당 후보를 재추천했다는 것은 주주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며 "과거 여러 기관투자자가 반대한 후보를 별도의 설명 없이 재추천하는 것은 자칫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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