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g이라고 하면 대충 감이 잡히는데…헷갈리는 단위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피고의 가슴에서 살 1파운드를 베어내는 것은 인정하오. 하지만 샤일록, 피는 단 한 방울도 준다고 쓰여있지 않소. 자! 증서대로 살 1파운드만 베어내시오. 만약 피를 한방울이라도 흘리게 했을 경우 토지와 재산은 모두 몰수될 것이요."
◆익숙지 않은 단위는 '미터법' 아니라 '야드 파운드법' 따르기 때문
도량형 체계는 크게 미터법, 야드파운드법, 척관법(尺貫法) 세가지가 있어. 우리나라는 미터법을 적용하는데, 미국이나 영국에서 야드파운드법을 쓰고 있지. 우리나라도 고대 중국에서 온 척관법의 잔재가 남아 있다보니 단위가 헷갈릴 때가 많아. 대표적인 척관법의 잔재로 아파트 면적을 말할 때 쓰는 '평'을 들 수 있지.
미터법은 1790년 프랑스의 정치가 탈레랑이 제안해서 파리과학아카데미가 정부의 위탁을 받고 만든 국제적인 도량형단위계지. 이후 1875년에 각 나라 사이에 미터 협약을 맺어 세계적으로 널리 쓰게 되었지.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5월에 계량법을 제정해 오늘날까지 채택하고 있어. 그 이전엔 우리나라는 마지기, 홉, 되, 말, 섬, 가마 같은 척관법 단위를 넓이와 부피를 잴 때 썼었지만 이 단위도 금지됐고 야드파운드법으로 단위를 표기할 수 없게 했어.
샤일록이 1파운드란 단위를 쓴 건 야드파운드(yard pound)법에 따른 영국 고유의 도량형 단위계야. 길이의 단위를 야드(yd), 무게의 단위를 파운드(lb), 부피의 단위를 갤런(gal)으로 재는 것이지. 미터법이 국제 도량형으로서 승인되기 이전까지 국제적으로 썼으나, 지금은 미국과 영국 등 몇개 나라에서만 쓰고 있어. 1파운드는 약 453g이지. 이외에도 온스와 갤런, 마일, 인치, 피트도 모두 야드파운드법에서 나온 도량형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거야.
도량형 표준을 정확하게 만드는게 중요한 이유는 서로 다른 단위를 사용하다보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야. 실제로 중국 민항총국(CAAC)는 1999년 중국 상하이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 원인이 조종사가 고도 1500m를 1500피트(490m)로 오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지.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에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대. 제한속도가 마일(mile)로 표시된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자가 킬로미터(km)를 쓰는 캐나다 도로에 들어서면서 무심코 과속을 하다가 사고를 낸다는 거지.
◆트로이온스, 배럴, 캐럿의 유래는?
'금이 온스(oz)당 1239.4달러에 마감했다' 여기서 쓰는 온스란 단위도 야드파운드법에서 온거야. 금이나 백금의 무게를 잴 때 쓰는 단위인 '트로이온스(Troy Ounce)'의 줄임말이지. 금을 '돈'으로 쟀던 한국인한텐 생소한 단위야. 1트로이온스는 약31.1g이야. 그런데 음식료 같은 것의 무게 잴 때 쓰는 상용 온스(avoirdpois ounce)랑은 차이가 있지. 이 상용온스는 28.3g이야. 그럼 온스라는 말은 어디서 온 걸까? 국제적으로 금 표준가격의 기준을 영국 런던 금시장협회에서 정하는데, 이때 금 1트라이온스당 US달러화로 표준 가격을 표기하면서부터 쓰이기 시작한거지. 온스의 어원은 로마피트(성인남자 발 크기의 평균으로 길이를 쟀던 단위)를 가리키는 운시아(uncia)에서 왔다고 하지.
참 우리가 많이 쓰는 금 1돈은 3.75g, 반돈은 1.875g이야. 그런데 금은방에서 쓰는 저울은 대부분 소수점 첫째자리나 둘째자리까지 표시할 수 있게 되다보니 0.005g을 잴 수 없어 소비자가 본 손실이 막대했지. 그래서 1돈 단위말고 그램 단위로 거래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한거지.
국제유가를 쓸 때 주로 사용하는 배럴(bbl)은 어디서 왔을까. 배럴은 가운데가 불룩한 원통형 용기를 일컫는 말이지. 나무로 만든 통 모양의 둘레를 쇠틀로 끼운 용기야. 과거에는 이 나무통에 액체를 보관하고 운송했거든. 특히 와인, 위스키, 브랜디와 같은 숙성용 술 용기로써 오늘날에도 사용해. 1850년대 후반 석유개발 초기에는 미국 석유업자들이 지하에서 캔 석유를 술과 같은 액체를 담아 보관하던 배럴에 원유를 담아 저장하거나 수송했어. 거기서부터 시작해 배럴당 가격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온거지. 물론 양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어. 19세기 석유 상업생산 초기에 1배럴은 약 189ℓ의 양이었어. 그러나 원유를 나무통에 담아 운반했던 당시 운반 중 기름이 증발하거나 새어나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당초 담았던 양보다 줄어든 158.9ℓ 정도만 남았던 거지.
하지만 1872년 표준 배럴이 42갤런(158.9ℓ)으로 확정되었는데, 저장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유실량이 없어지면서 '1bbl=158.9ℓ'가 공식화되기에 이르렀어. 물론 오늘날 원유를 오일 탱크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배럴 크기의 용기는 필요하지 않지만, 당시 정립된 단위 개념이 오늘날까지도 통용되고 있는거야.
캐럿의 유래는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자라는 캐럽(Carob) 나무에서 찾아 볼 수 있어. 캐럽나무의 씨앗은 신기하게도 모든 씨앗이 0.2g의 무게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하지,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던 초기 유럽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벼운 무게를 잴 만한 저울이 없었어. 그러다보니 주변에 널려있는 캐럽나무 씨앗으로 다이아몬드의 무게를 재는 관행이 있었던거지. 그래서 초창기 다이아몬드 생산자와 상인들이 다이아몬드의 기본 단위를 1ct=0.2g 이라고 한 거지. 그래서 2캐럿은 0.4그램이고, 5캐럿은1그램인거야. 영어로는 Carat, 줄여서 ct, 1캐럿은 1ct라고 쓰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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